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5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는 못했다.
***우리당 "회기내 처리한다"**
그러나 법안심사 소위 위원장인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에 "이번 회기 안에 비정규직 법안이 처리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우 의원은 "법안이 내일(6일) 저녁까지는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회기 내 처리가 되는 만큼 속도를 내서 법안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딱히 진전된 것은 아니지만 쟁점이 명확해지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잘 인식하게 됐다"며 "쟁점 사안에 대한 조율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이어 "노동계의 한 축이 양보안을 내놓은 만큼 그것을 충분히 감안하고 검토할 것"이라는 말로 한국노총 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공식 당론이라고 말하긴 힘들고, 다른 의원들의 의견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환노위의 분위기는 쟁점 사안을 둘러싼 '주고받기 식 협상'이 이뤄진다면 신속한 일괄타결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실제로 이런 식으로 일괄타결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상태였다.
우리당은 6일 오전 환노위 소위를 다시 열어 최종 이견조율을 한 뒤 오후 전체회의와 7일 법사위를 거쳐 정기국회 마감일인 9일 이전에 본회의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이날도 계속 강조했지만, 법안이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노당 "사유제한 규정은 반드시 들어가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차별금지는 부분적으로 다소 문제는 있지만 일정하게 의견이 근접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비정규직 남용 금지와 비정규직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에서는 전혀 진전이 없없다"며 회기 내 법안 처리 전망을 어둡게 봤다.
심 의원은 "핵심 쟁점인 기간제 남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용사유 제한의 원칙적 입장이 반드시 법에 들어가야 한다"며 "기간제 사유 문제에 대한 논의의 진전이 없으면, 참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 법안의 처리를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민노당에서 '실력저지'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심 의원은 다만 "민노당은 불법파견을 고용의제로 한다면 인정할 것이고,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이후의 입법 일차와 일정만 정확히 제시되면 이번에는 넘어가겠다"고 절충의 여지를 일부 남겼다.
***환노위 주위에서 오가는 말**
비공개로 법안심사 소위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환노위 주위에서는 각 당 당직자들 외에도 노동부, 경총,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관계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들은 민감한 협상이 진행 중인 탓에 하나같이 익명을 요구했지만 조금씩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 경총 관계자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것은 우리도 인정한다. 그래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줄여나가는 등의 차별철폐 부분에서는 회원사들로부터 욕을 먹으면서도 상당히 양보했다. 하지만 고용의 유연성 부분만큼은 확실히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될 것 아닌가."
○ 한나라당 당직자
"한국노총 안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지만 회기 내에 처리된다는 보장은 없다. 곧 임시국회 일정이 나올 텐데, 그러면 긴장감이 떨어질 테고 사학법 등 다른 민감한 사안이 틀어지면 비정규직 법안도 덩달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 한국노총 간부
"이미 인정했듯이 우리의 요구안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협상과정에서 더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후퇴는 없다. 우리는 진짜 말 그대로 마지노선에 서있다. 여기서 더 양보하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발생한다."
○ 열린우리당 당직자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환노위 의원들은 당 지도부와의 교감이 있다. 연내 처리가 최우선이다.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양보할 만큼 양보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 당직자
"현행 제도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양보를 해서라도 이번에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지만, 배가 고프다고 독이 든 빵을 먹을 수는 없다. 차별 분야에서 조금 실리를 얻는다고 해서 비정규직으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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