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사람들은 동시대의 거목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오랜만에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대통령들의 자리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째인 19일 빈소 바깥에서부터 죽 늘어선 화환의 위치는 고인과의 거리를 가늠케 했다.
빈소 안 영정 바로 오른편 자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평생의 라이벌이자 동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낸 화환은 다른 누구의 것보다 가까이 영정에 다가가 있었다. 그 뒤로 반기문 UN사무총장-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화환이 늘어서 있었다.
왼편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이 맨 앞에 섰다. 뒤이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자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한 뿌리의 정당에서 나온 대통령들이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환만 반대줄에 서 있는 셈이다.
영정의 오른편, 곧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환 앞에는 김 전 대통령 생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평생을 보낸 인사들이 상주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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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자손들, 그만큼 나이 먹은 이들
한동안 뉴스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었던 김 전 대통령의 유족들도 관심을 모았다. 차남 홍업 씨와 삼남 홍걸 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때로는 (김 전 대통령의) 손자들이 교대했다. 권노갑 전 고문, 전윤철 전 감사원장, 유종근 전 전북지사, 동교동계 인사들이 교대로 상주의 자리를 지켰다.
이날 조문한 인사들은 대부분은 바로 10년 전에 뉴스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다.
DJP 연합내각의 일원으로 건교부 장관을 지냈던 이정무 한라대 총장이 김 전 대통령 영전에 국화꽃을 바쳤다. 뒤이어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 총재, 영화배우 최불암 씨 등이 빈소를 방문했다.
박실 전 국회 사무총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창국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김종호 전 국회부의장, 오지철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차례로 빈소를 다녀갔다. 젊은 기자들 사이에선 이미 '옛날 사람'이 되어 버린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오후 두시가 가까와오자 빈소에 다소간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정무수석이 빈소를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은 고인과 가까운 '노병'들에 집중됐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과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과 거의 동시에 빈소로 들어섰을때 관심은 강 전 상지대 총장에게로 쏠렸다. 강 전 총장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기쁜 시간보다 고통의 시간을 많이 보내신 분이다. 다시 뵐 수 없게 돼 매우 슬프다"고 토로했다.
한 때 이 나라를 최전선에서 이끌던 이들, 혹은 학계와 문학계 등을 대표하던 이들이 실로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현장이었다. 이미 사실상 현직에서 은퇴한 이들이 많았음에도 '노병'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주인공은 바로 이들과 격동의 한국사를 함께 한 김대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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