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행보에 대한 평가는 섣부를 수밖에 없다. 창당 제안자들이 모여 조직을 다듬고 노선을 정립한다니까 지켜볼 일이다. 대신 다른 걸 짚자. 친노 신당 창당 움직임에 깔려있는 흐름이다. 결국 친노신당에도 영향을 미칠 흐름이다.
민주당의 노영민 대변인이 말했다. 친노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다 합쳐도 힘이 부족한데, 그 부족함마저 꼭 나눠야 되겠느냐"고 했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말했다. 민주당의 비판 논평에 대해 "왜 꼭 민주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만 갖고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 친노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프레시안 |
이게 핵심이다. 대다수가 야권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그 방법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게 만드는 근본문제다. 친노 신당 창당 움직임도,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민들레 연대'도 이런 고민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
이 근본문제에서 물고 물리는 현상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면 반MB 연대를 흐트러뜨리는 적전분열 행위라고 비판하고, 민주당의 주도권을 인정하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의 퇴행이라고 성토한다.
얼핏 봐선 민주당이 문제인 것 같다. 민주당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근본문제가 풀릴 것처럼 간주한다. 하지만 아니다. 근본 문제는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진영에 있다.
아주 단순한 문제다. 민주당이 견인대상이라면 그들은 대상이다. 주체의 준비 정도에 따라 대상의 변신폭이 달라진다.
반MB 연대의 필요성이 민주당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도, 진보진영의 입지를 옥죄는 것이 아니다. 진보의 가치 위에서 반MB 연대전선을 펴고 그 속에 민주 가치를 녹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진보 진영이 반MB 정서에 진보의 가치를 접목시킬 수만 있다면, 국민으로 하여금 민주만큼 구체적인 가치를 체감케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이 작업을 못하고 있다.
천호선 전 대변인이 그랬다. "신당은 분명 진보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지향점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똑같다.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친노 신당이 표방하는 진보적 가치가 뭔지 구체적으로 내놓은 바가 없고, 들은 바가 없다. 그것이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처럼 '자기들만의 진보'인지, 아니면 국민 실생활에 녹아드는, 국민을 추동시키는 '구체적 진보'인지 아는 바가 없다.
이렇게 보면 차라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민들레 연대'가 더 구체적이다. 복지 생태 평화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그의 연대 구상이 더 구체적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친노 신당과의 비교평가 위에서만 성립되는 것이다.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 뭐냐는 문제, 그런 가치를 관철시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방도가 뭐냐는 문제 앞에 서면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천적 동의를 담보하지 못한 당위, 지역주의 정서와 신자유주의적인 삶에 편입된 핵심 지지세력을 설득시킬 전략을 갖추지 못한 당위일 뿐이다.
의미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진보연대냐 민주연대냐를 놓고 입씨름하는 건 실천적이지 않다. 풀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민주당의 혁신과 개혁을 강제할 수 없다.
자칭 진보진영이 민노당으로 갈리고, 진보신당으로 갈리고, 친노 신당으로 갈리는 현실에선 기득권과 힘이 지배한다. 민주당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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