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국면전환용'으로 본다. 논의 개시 시점을 정기국회로 설정함으로써 민주당의 미디어법 원천무효 장외투쟁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국회 등원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로 해석한다.
그럴 듯한 해석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기 과대평가에 기초한 일방적 해석이다.
모른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인다고 하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투쟁을 벌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게다가 내부 교란요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디어법 하나 때문에 의원직 사퇴서를 던지는 건 무모한 것이라는 주장, 올해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국회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그리 아프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민주당의 청구를 받아들이지만 않는다면 가만히 있어도 민주당이 알아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면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전환해야 할만큼 다급하지도, 심각하지도 않다.
다르게 봐야 한다. 국면 전환용이 아니라 집권기반 강화용으로 읽어야 한다. 이런 맥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달라고 주문한 형식적인 명분은 내년 지방선거 때문이다.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지면 지방선거의 틀이 완전히 바뀌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합의한 행정구역 개편의 틀을 알려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형식적 명분이 실질적 내용을 규정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더 할 나위없는 정치적 소득을 안겨준다.
보편상식이다. 지방선거가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는 것은 여러 번의 지방선거에서 정립된 하나의 관행이다. 이 관행이 무너진다. 정기국회에서 행정구역 개편이 논의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행정구역 개편이 이슈가 되면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은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행여 행정구역 개편 이슈가 시군구 통합 논의로까지 이어지면 소지역주의를 창궐시키면서 '대전선'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방어적 입장에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이명박 정부에겐 호재인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 묻힌다.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정부의 재정정책이 묻히고, 4대강 사업비와 사회복지예산의 비교평가도 묻힌다. 그 덕분에 이명박 정부는 소나기를 피해갈 수 있게 된다.
더 넓게 더 길게 봐도 마찬가지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다수가 전망하는 것처럼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귀착되면 이명박 대통령은 힘을 얻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당이 좀 손해를 봐도 꼭 이뤄내야 할 일로 여기고 있다지만 엄밀히 보면 손해 보는 건 여당이 아니라 박근혜계다. 여당 전체로 봐선 크게 손해 볼 게 없고, 특히 이명박계 입장에선 남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박근혜계의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지분 일부를 내놓는 대신에 이명박계의 본거지인 수도권에선 지분 일부를 더 챙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2년 총선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심판이 된다고 가정하면, 그 심판의 물결이 수도권에서 가장 거셀 것이라고 전망하면, 그래서 수도권 이명박계 의원들의 타격이 영남권 박근혜계 의원들의 타격보다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하면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구명줄과도 같다. 반MB 덫에 걸릴지도 모를 수도권 이명박계 의원들에게 구명보트를 던져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하더라도 자신의 위상과 이명박 정부의 공을 보존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부기 결과가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겹장사를 하려고 한다.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 통합에 고심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획득하면서 정치적 발판까지 강화하는 이중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
▲ 제64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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