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 직원 신모 씨의 신분증과 수첩과 신 씨가 갖고 있던 동영상 테이프 등을 공개하며 "기무사는 매우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대규모 민간인 사찰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입수한 신분증에는 군복을 입고 찍은 증명사진이 담겨 있고, '군 작전 차량증' 등을 보면 신 씨의 계급은 대위로 기무사령부 소속인 것으로 추정된다.
"집요하게 조직적으로 미행 감시"
수첩에는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의 행적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미행을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모 인사의 경우 7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시간대별로 사무실에서 나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꼼꼼히 적혀 있다.
▲ ⓒ이정희 의원실 제공. |
동영상에도 이 당직자를 비롯해 3~4명이 몰래 촬영돼 있다. 특히 동영상을 보면 신 씨 혼자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확인해 전한 바에 따르면 신 씨를 비롯한 3~4명의 사람이 서로 직함을 부르는 목소리가 녹음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평택역 집회는 물론 쌍용자동차 공장 앞도 촬영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조직적으로 사찰이 이뤄지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미행 대상자 중 신원이 확인된 민노당 중앙당 당직자는 40대 중반으로 이 사람이 휴가를 나온 장병이냐"며 "군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 대해 기무사 요원들이 미행하고 촬영하는 행위는 군사법원법 제44조에 따른 군에 관련한 첩보 수집 및 수사에 한정된 기무사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수첩에 적혀있는 수사활동 세미나, 토의, 요구사항 등의 내용도 흥미롭다. 주소지 확인 방법 등은 물론, "고급 아파트 출입시 소형차로는 곤란하므로 중장기 예산을 반영 요청", "필요장비 탑재 승합차 검토하고 있음", "我 거점 확보 전세자금으로 활용", "다음 주부터 경찰 동행", "CCTV 설치건" 등의 메모가 적혀 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기무사가 방대한 예산을 들여 조직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자행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왜 사찰했는지 그 목적을 밝히고 사찰 대상자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앞으로의 계획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관련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수첩과 동영상 테이프 등은 지난 5일 평택역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관련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의 집회 현장에서 신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집회 참가자들이 신 씨로부터 신분증과 수첩 동영상을 강제로 빼앗았고, 이 의원에게 이를 전달하며 공개됐다.
기무사 "적법활동,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고발"
이에 대해 기무사는 "신 씨는 휴가 장병의 집회 참가 예방을 위한 활동 중 40~50명이 집단구타하고 신분증과 수첩 등을 강취해간 것"이라며 "관련자들을 공무집행방해와 특수폭행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간인 사찰' 지적에 대해서도 기무사는 "수사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적법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공무집행 방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적법한 것인지부터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기무사,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 변했다는 주장이 많다. 이들만큼 주목을 못 받아서 그렇지 기무사야 말로 확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장으로 진급하며 임명된 김종태 기무사령관(3사관학교 6기)는 이 대통령의 최고 측근 류우익 전 대통령 실장의 경북 상주고 동기동창이자 인척이다. 기무 업무와 전혀 인연이 없는데다가 사단장 재임 당시 보직해임 경력까지 있던 김 사령관의 임명은 기무사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참여정부 당시 사라졌던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대면보고가 부활했다. 류우익 전 실장은 청와대에 각군 참모총장을 따로 불러 면담을 갖다가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다. 출판계의 권장도서가 포함된 50여 권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분류해 여권에서도 빈축을 샀다. 지난 해 김종태 사령관은 '군내 침투간첩 용의자 50여명'이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를 들고 있다가 사진이 찍혔다. 이후 기무사는 "내부 용어다", "간첩수사 대상 장병은 한 명도 없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뺐다. 급기야 물증과 함께 민간인 사찰 의혹까지 터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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