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후 중단됐던 용산 참사 재판이 재개될 예정이다. 대법원이 철거민 변호인단에서 제출한 재판부 기피 신청을 지난 10일 최종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검찰이 지닌 3000여 쪽의 수사 기록은 공개되지 않고, 철거민은 6개월 이상 구속 수감된 채 당초 배당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한양석 부장판사)에서 재판이 이어지게 됐다.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검찰의 편파 왜곡 수사의 결과를 공인하는 재판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구속된 철거민을 석방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범대위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25만 명의 시민이 서명한 구속자 석방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국민참여재판 무산, 수사 기록 은닉…이래도 공정한 재판 가능한가"
용산범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이 일어난 지 200일이 넘고, 검찰의 거짓 수사로 여섯 명의 철거민이 구속 기소된 지 6개월이 지났다"며 "정상적으로 재판이 진행되었더라면 구속 철거민은 이미 무죄 방면되었거나, 또는 1심 구속 기한 만료로 자동적으로 석방되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산범대위는 "그러나 처음부터 정권은 '살인 진압 희생자 철거민 유죄, 살인 진압 책임자 경찰 무죄'라는 사전 각본에 따라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은폐했다"며 "심지어 검찰은 피의사실을 공표하여 철거민들을 마녀사냥하고 갖은 꼼수를 부려 국민참여재판을 무산시킨 데 이어,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기록을 은닉함으로써 재판을 파행으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용산범대위는 "검찰이 제출하지 않은 증거는 공소 사실을 근본적으로 탄핵할 수 있고 피고인들의 양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핵심적인 수사 기록"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들은 "단적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경찰의 직무 집행이 적법해야 하는데, 검찰은 참사 당일 경찰특공대 투입 작전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를 은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재판은 공정성을 상실한 채 검찰의 수사 결과를 공인해주는 결과만 낳을 것이 분명하다"며 "철거민 피고인들은 검찰의 핵심 수사 기록 3000쪽 없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의 독단과 전횡을 제어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형사소송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 법원에게 다시 한 번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들은 "철거민은 무죄"라고 강조한 뒤 "검찰은 은닉한 3000쪽 수사 기록을 공개하고, 철거민 6명을 당장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철거민 변호인단은 용삼 참사에 관한 검찰의 수사기록 약 1만 쪽 가운데 공개하지 않는 3000여 쪽에 대해 지난 5월 법원에 열람 및 등사를 요청했다. 이어 법원은 검찰에 수사 기록 공개를 명령했지만 검찰은 별다른 이유없이 거부했다. 또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3000여 쪽의 기록을 압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재판부 기피 신청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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