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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보험맹'?…"보험, 모르면 가입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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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당신은 '보험맹'?…"보험, 모르면 가입하지 마라"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보험전문가 김미숙 씨

한국의 성인 남녀 가운데 보험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민간 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각종 상품에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직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도 모르는 새 이미 4대 보험 가입자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최소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이 만들어낸 보험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언제 회사에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옆집의 누가 갑자기 중병에 걸려 엄청난 치료비를 부담하게 됐다는 소식, 연금보험을 잘 들어 편안한 노후 생활을 보내는 이웃에 대한 시샘 등은 민간 보험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내 보험을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처음 가입할 때 들었던 각종 혜택은 모두 진실일까? 이 많은 보험을 다 가입해야 하는 것일까?

15년 동안 보험을 팔고, 공부하고, 가르쳤던 보험 전문가 김미숙 씨의 얘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랍다. 김 씨는 스스로 보험 모집인으로 일하다 최근에는 보험 가입자의 권리 찾기 운동을 주도하는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미숙 씨는 "미래의 불안에 대안이 없다면 가입해야 한다"며 보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잘 모르면 차라리 가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강조한다.

'보험' 키워드 가이드 김미숙 씨의 얘기를 듣다 보면, "한 달에 9900원이면 모두 보장해준다"는 달콤한 유혹의 허와 실을 알 수 있다. 김미숙 씨는 <보험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웅진윙스 펴냄) 등의 저자이다.

▲ '보험' 키워드 가이드 김미숙 씨. ⓒ프레시안

"보험 가입할 때, 모집인 말을 전적으로 믿어선 안 된다"

- 보험과 인연을 어떻게 맺게 됐나?

"결혼을 전후해 우연한 기회에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을 알게 됐다. 결혼한 뒤 회사를 그만두고 그의 권유로 보험 모집인 교육을 받았는데 '시키는 대로만 하면 나도 잘 하겠다' 싶었다. 그렇게 보험 모집인이 되었다. 1995년의 일이다.

그 때는 개인연금에 정부가 세제 혜택을 예고했을 때여서, 개인연금 상품이 인기가 많았다. 내가 보기에도 참 괜찮은 상품으로 보였다. 고객에게 '매달 얼마씩 넣으면 월 500만 원, 혹은 1000만 원을 준다' 이렇게 설명했다. 정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했고, 주변 사람도 가입시켰다.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보험금을 얼마씩 받게 되는지는 내가 보험금을 타는 그 시기가 와야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가입할 때 본 월 500만 원, 1000만 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였다."

-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건 어떤 계기를 통해서였나?

"2000년 7월경이었다. 우연히 <동아일보> 기사를 봤는데, 개인연금이 20년 후에는 반토막이 난다는 내용이었다. 눈을 번쩍 떴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기사를 보니 배당률 1% 당 억대의 연금 차이가 난단다. 1% 차이에 왜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해가 안 됐다.

그때 처음으로 보험회사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 전까지는 보험회사 영업소 소장의 말이면 모두 진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기사 내용을 보고 소장에게 물어보니 대답이 참 궁색했다. 이상하다 싶어서 본사에 직접 문의를 했다. 그러면서 보험의 진실을 알게 됐다.

가입자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모집인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 말고 본사 콜센터 등에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 고의가 아닐지라도 모집인이 사실과 다른 것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를 위해서 이런 절차가 꼭 필요하다. 모집인은 보험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위탁 관계고 개인 사업자일 뿐이다. 책임 소재가 다르다."

- 그때 알게 된 진실은 무엇이었나?

"보험 상품은 절대 겉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속을 봐야 한다. 그 속에 대체 뭐가 있는지를 알아야 보험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보험 공부를 시작했다.

고의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가입자들을 속인 셈이 됐기 때문이다. 나도 속고, 가족도 속았지만. 내가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법인 대리점을 만들어 유지하면서 내부 정보를 확인했다. 계약이 없으면 자동으로 폐쇄되니까 가짜로 계약을 만들기도 했다. 돈을 번 게 아니라 돈을 쓰면서 정보를 모았다.

그러면서 본사에서 나오는 교육 자료 등을 모아 문제 사례를 언론에 알리면서 2년을 보냈다. 언론에 보도가 되면 그 자료가 유출이 막히는 등의 상황이 반복됐다. 그래도 가끔 하나씩 큰 것들이 걸렸다. 2년 후에 본격적으로 보험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려고 보험소비자협회 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보험맹', 보험료 내는 의무만 지키고 보험금 받을 권리는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

▲ '보험' 키워드 가이드 김미숙 씨의 얘기를 통해 "한 달에 9900원이면 모두 보장해준다"는 달콤한 유혹의 허와 실을 알 수 있었다. ⓒ프레시안
- 보험소비자협회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단체들이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야 나선다. 사전에 발견해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또 하나, 다른 소비자단체와 보험소비자협회가 다른 점은 우리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대변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돈을 내는 사람이다. 결코 약자가 아니라 강자다. 우리 권리를 스스로 행사하고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대변할 필요도 없다.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법만 알려주고 목소리는 스스로 내면 된다."

- 목소리를 내려면 알아야 하지 않나?

"그래서 내가 쓰는 단어가 바로 '보험맹'이다. 보험맹은 내가 보험료를 낼 의무는 이행하면서도 보험금을 받을 권리는 행사하지 않겠다는 말과 똑같다. 나는 잘 모르는데 보험회사는 다 알고 있다. 내가 1000만 원을 받아야 하는 사안인데, 잘 몰라서 500만 원만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알면서도 500만 원만 준다. 보험을 모르면 차라리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

"수원에서 내릴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부산 가는 표 사면 안 된다"

- 보험맹을 탈출하려면 무엇을 먼저 알아야하는 것인가?

"우리가 내는 보험료 가운데 사고에 대비하는 돈은 쥐꼬리만큼이고 나머지는 보험회사 주주를 위한 돈이다. 게다가 민간 보험의 경우 한 번 표를 살 때 반드시 부산 가는 표를 사라고 강요하고 있다. 내가 수원에서 내리게 될지, 대전에서 내리게 될지 모르는 일인데도 무조건 부산 가는 표를 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간에 해약하면 당연히 손해다. 처음부터 부산가는 표를 사지 않았더라면 이런 손해도 없다."

- 그렇다면 민간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손해인가?

"그렇다. 더 중요한 문제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진짜 저렴한 보험은 상호회사다. 보험 가입자가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주주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1년 단위로 사고가 발생하면 지불해줄 보험금을 사원들이 각각 갹출해서 내는 방식이다. 과도하게 걷었다면 다음해에 보험료를 깎아주고, 보험금이 더 나갔다면 다음해에 조금 더 내면 된다. 전 세계적으로 200개 정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는 없다.

사실 보험의 기본 태생은 상호회사 방식에 더 가깝다. 그런데 주식회사 형태의 보험회사는 너무 많이 받고 적게 집행한다."

"보험 기간은 최대한 짧게, 납입 기간은 보험 기간만큼 길게"

- 민간 보험에 가입할 때 꼭 체크해야 하는 것, 제일 신경 써야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험 기간은 최대한 짧게 하고 납입 기간은 그 기간 만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절대 한 번에 보험료를 다 내서는 안 된다. 최악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모든 비용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화폐 가치와 물가를 볼 때 손해다. 또 불필요한 보험료까지 다 내게 된다."

▲ "보험기간은 최대한 짧게 하고 납입 기간은 그 기간만큼 최대한 늘려야 한다." ⓒ프레시안

- 공공 보험도 얘기해보자. 국민건강보험료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못된 인식이다. 국민건강보험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혜택을 받고 있다. 다만 보험료가 민간 보험과 달리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닐 뿐이다. 내가 한 번도 병원에 안 간다 해도 부모님, 아이는 혜택을 받고 있다. 설사 가족이 없다 해도 마찬가지다. 예전에야 집에서 자연사 했지만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 오면 제일 먼저 응급실로 간다. 의료기기 부착하고 산소호흡기 씌워 보름은 견딘다. 그 의료비만 해도 평생 낸 건강보험료보다 훨씬 더 많다."

- 국민들의 불만에는 여러 맥락이 있는 것 같다. 공공연금에서 개선할 지점은 무엇일까?

"국민연금의 경우 내 돈 받아서 주식시장 살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솔직히 감시 체계가 가입자 입장이 아니라서 발생하는 문제다. 가입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또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을 모두 통합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규모가 클 수록 받는 돈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보장성을 당장 높이는 것보다는 비급여 시장의 정리가 우선이다. 비급여는 부르는 가격이 값이다. 설사 본인 부담이 100%라 할지라도 급여로 바꾸면 의료 가격이 통제가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험 가입자에게 혜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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