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입찰 심사위원으로 경험한 건설업계의 로비 현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지난달말 금호건설로 최종낙찰된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공사 심사와 관련해 금호건설 측이 자신에게 1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경찰에 고발했다. 이 교수는 증거로 금호건설 직원이 전달한 1000만 원 어치의 상품권과 당시 상황을 녹음한 음성파일 5개를 언론에 공개했다. 금호건설 측은 이 직원이 "개인 차원에서 모교에 학교발전기금으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 "금호건설, 입찰 관련 1000만 원 상당 금품 건네")
"경합 벌인 3업체 모두 만나자는 전화 와"
그는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공사에서도 3군데가 경합을 했는데 3곳 모두에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그가 만나기를 거부해 로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 교수에게 로비하려 했던 것은 금호건설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교수가 금호건설이 한 영업팀장을 통해 건넨 10만 원 짜리 상품권 100장을 받았던 이유도 이런 건설업계의 뿌리 깊은 로비 관행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에도 건설회사에서 찾아와 '이번에 어디어디에 무슨 공사가 있는데 도와주면 사례를 하겠다'고 그래서 제가 그 당시 녹취를 해가지고 고발을 했다. 그런데 수사 결과가 '혐의 없음'으로 나왔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수사관이 이걸 확실하게 하려면 다음부터는 그걸(금품) 받는 다음 녹취까지 해가지고 제출하면 틀림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금호건설에서) 심의가 끝난 다음에 얘기하길래 이번에는 그렇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받았다."
"대기업, 로비 위해 직원 대학원생 보내기도"
이 교수는 금호건설이 최종 낙찰까지 받은 상황에서 금품을 건넨 이유에 대해 "(심사위원) 후보자 명단이 한번 사용되고 마는 게 아니고 계속 사용된다"며 "그러다 보니까 평상시에도 꾸준히 관리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이 조직이 크다 보니까 후보자가 몇 백명 이상 되는데 지연이나 학연 등을 찾아서 이렇게 보낸다"며, 이번에 금호건설에서 찾아온 영업팀장도 "저는 그 사람을 전혀 본적도 없는데 저희 학교를 나왔다고 그러면서 스승님 좀 도와주십쇼 이렇게 한다"고 말했다.
▲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의 입찰 금품 로비 관련 금호건설 직원이 지난달 17일 심사위원인 서울 Y대 교수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연합 |
"심지어 어떤 기업에서는 (직원을) 야간대학원에 학생으로 보낸다. 야간대학원은 지도교수를 정하지 않게 돼 있는데도 지도교수를 해달라고 자꾸 와서 지도를 해달라고 그런다. 결국 제자와 스승이 돼가지고 로비하려고 그렇게까지 하더라."
"로비한 직원만 처벌 받고 회사는 제재 안 받아"
이 교수는 이런 로비관행이 계속 되는 원인으로 로비가 적발돼도 회사는 사실상 아무런 처벌을 맞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 등 허술한 법제도를 지적했다. 그는 "이전에도 (불법 로비가) 계약해지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 경우도 있었다"며 "법이 좀 미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가계약법이라는 걸 전에 자세히 봤는데 굉장히 애매하게 돼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입찰자가 부정이 있을 때는 어떤 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돼 있지만 처벌 조항이 애매해서 사실 지자체에서 이런 일이 있다고 해도 그냥 덮어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처벌 받은 경우가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 사건이었는데, 28명이 기소됐는데 몇 명만 처벌 받고 나머지는 무혐의로 나왔다"며 "특히 로비를 한 업체의 경우 직원의 개인적인 비리라고 해서 로비를 한 직원만 처벌 받고 그 회사를 그냥 공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결론이 내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조항을 강화해 한번 이런 일이 있으면 몇 년 동안 또는 그 이득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든지 해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처벌 조항이 엄청나다. 그래서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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