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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의 실패와 재도전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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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의 실패와 재도전을 지켜보면서…

[김종배의 it] 그의 싸움이 개인적 차원을 뛰어넘으려면

솔직히 고와 보이지 않았다. 금배지를 단 최문순 의원의 모습이 예뻐 보이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었다. 공영방송 MBC의 사장을 지낸 그가 휴지기를 거치지도 않고 곧장 특정 정파에 몸을 싣는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려를 씻어낼 수 없었다. 그의 개인적인 선택이 결국은 공영방송 MBC와 그의 후배 전체에게 짐이 될 것이란 걱정을 덜어낼 수 없었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서, 차장 직급에 머물던 그가 일약 사장직에 오른 것을 빌미로 'MBC=노영방송'이라고 욕하던 사람들에게 그의 정계 입문은 또 하나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근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눈에 힘을 줬다. 그의 개인적인 행보가 언론계 전체에 어떤 발자국을 남길지를 예의주시했다. 정연주 KBS 사장 해임·YTN 낙하산 파동·미네르바 구속·MBC 'PD수첩' 사법처리·미디어법 강행처리 등등에 대해 정열적으로 대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눈에 심은 쌍심지를 완전히 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풀어야겠다. 그에게 던졌던 차가운 시선을, 그 시선에 심었던 쌍심지를 거둬야겠다.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그는 실패를 자인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다음날, 민주당 의원 가운데 맨 먼저 의원직 사퇴서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이유에 대해 그는 "책임을 져야 했다"고 고백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언론계 비례대표로 온" 자신이 제일 먼저 책임을 져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각오를 다졌다. 자신은 정치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운동가가 정치인보다 더 편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역시 의원직을 사퇴한 천정배 의원과 함께 '언론악법 원천무효 100일 행동'을 개시한다고 했다.
ⓒ프레시안

헤아릴 수 있다.

자신을 "언론계 비례대표"로 칭한 그의 말에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막아내려 했던 '의지'를 헤아릴 수 있다. 정치와 국민의 "괴리"를 언급한 그의 말에서 정치판의 생리에 막혀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회한'을 헤아릴 수 있다. "운동가"와 "행동"을 다짐하는 그의 말에서 실패 끝에 다진 '각오'를 헤아릴 수 있다.

그럼 된 것이다. 실패를 합리화하지도 않고, 실패에 무릎 꿇지도 않으면 된 것이다.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근데 왜일까? '운동가 최문순'의 '언론악법 원천무효 100일 행동'에 박수를 보내는 게 마땅한데도 쉬 그럴 수가 없다. 그의 진정성과 그의 각오를 의심하지 않는데도 쉬 그럴 수가 없다.

그가 남긴 한 마디가 귓전을 맴돈다.

그가 말했다. "국민들은 (의원들이 하는 행동이)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다 안다"고 했다. "정치가 국민들과 많이 괴리돼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엄존하고 있다. 그가 '정치인 최문순'의 실패를 자인하도록 만든 요인, 그가 '운동가 최문순'의 길을 선택하도록 만든 요인이 엄존하고 있다. 다른 데가 아니라 바로 민주당 안에 엄존해 있다.

국민과 정치를 괴리시키는 이 요인이 극복되지 않는 한 '운동가 최문순'의 각오가 아무리 굳건해도, '운동가 최문순'의 '언론악법 원천무효 100일 행동'이 아무리 투철해도 그의 선택과 그의 싸움은 개인적인 차원을 뛰어넘을 수 없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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