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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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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간 까닭은?

[김종배의 it] 지상파 TV 방송도 끊은 행사에 왜

시비 걸 생각이 없다.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가 귀족 취미인 승마와 요트를 즐겼다고 하지만 뭐라 할 생각이 없다.

골프는 되고 승마와 요트는 안 된다고 우길 근거가 없다. 게다가 승마의 경우 회당 1만원짜리 쿠폰 20장을 구입해 즐긴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언뜻 봐선 골프보다 싸게 든 건 같은데 희소한 취미라고 해서 무조건 '귀족 취미'로 몰아갈 수는 없다. 요트도 그렇다. 일주일에 6만원을 내고 5주 동안 배운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오히려 다른 게 궁금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요트를 즐긴 전력을 문제 삼았던 어느 당의 의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하다. 김준규 후보자에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였던 것과 같은 추상같은 태도를 보일지가 궁금하다.

승마와 요트는 그냥 넘어가자. 김준규 후보자측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굳이 문제 삼지 말자. 하지만 이건 좀 다르다. 시비 걸기 이전에 이해하기가 힘들다.

미스코리아 대전·충남지역 예선 심사위원장을 맡았단다. 미스코리아들과 어울려 다녔다는 악성 루머에 대해 김준규 후보자측이 이렇게 해명했단다.

이해할 수 없다. 검사와 미스코리아의 밀접성을 찾기 어렵다. 범죄자를 가리는 눈을 가진 검사가 심미안까지 갖고 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혹시 이런 걸까? 미스코리아는 미모뿐만 아니라 지성까지 겸비한 재원이라고 하니까, 김준규 후보자는 미모가 아니라 지성을 가리기 위해 심사위원석에 앉았던 걸까? 이렇게 봐도 이해할 수 없다. 지성을 판별하는 데는 육법전서보다 인문학이 더 유용하다는 게 상식 아닌가.

역시 아닌 모양이다. 지성을 가리기 위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건 아닌 모양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관계자가 말했단다. "심사를 둘러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김준규 후보자를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한 것"이라고 설명했단다.

이제야 이해할 만하다. 김준규 후보자가 심사위원석에 앉은 이유는 비리 예비단속 차원이었다. 심사 비리가 발붙일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근데 왜일까? 이해는 하겠는데 납득은 못 하겠다.

도대체 미스코리아 심사 비리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그리고 검사장이 얼마나 한가하기에 김준규 후보자가 몸소 나서야 했을까? 기승을 부리는 민생범죄와 강력범죄는 부하 직원들에게 맡겨놓고 고검장이 직접 챙겨야 할만큼 중한 것이었을까? 알 수가 없다.

경고했던 걸까? 심사위원석에 앉아 심사 비리를 벌이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던 걸까? 심사 비리 여부를 가리는 사법적 판단잣대를 제시했던 걸까? 알 수가 없다.

그만이 아니었을까? 심사 비리는 대전·충남지역 예선 뿐 아니라 모든 지역 예선에서 공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니까, 심지어 본선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니까 다른 검사장들도 예선과 본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까? 검사장이 바쁘면 지방경찰청장이라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까?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으니 이 점만 환기하고 마무리하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성 상품화 논란이 일면서 지상파TV가 중계를 끊었던 행사다. 그런 행사에 공직자 신분인 김준규 후보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게 적절했을까?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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