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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S BW 사건, 기업회계기준 따르면 이건희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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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S BW 사건, 기업회계기준 따르면 이건희 '유죄'"

경제개혁연대, SDS BW 사건 재판 관련 쟁점 정리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마지막 공판이 2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에서 열린다. 대법원은 지난 5월 29일 이와 유사한 사건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삼성SDS BW 사건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따라서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이 사건에 연루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전 사장 등이 모두 처벌을 받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이 법적 정당성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삼성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 무죄 판결을 계기로,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 전체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려던 이건희 일가 및 삼성 수뇌부의 의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CB, BW 용어 해설)

문제는 삼성SDS BW의 적정 가격…1심 재판부, 아슬아슬한 면소 판결

경제개혁연대는 28일 "삼성SDS BW 적정가액 산정 관련 파기환송심의 추가쟁점"이라는 제목의 <경제개혁이슈 2009-4호>를 발표했다. 삼성SDS BW 헐값 발행 사건 재판의 핵심 쟁점인 BW 적정가액 산정 방식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다.

이건희 전 회장 등의 유죄 판결 여부는 지난 1999년 2월 발행된 삼성SDS BW의 적정 가격에 따라 정해진다. 당시 삼성SDS는 1주당 7150원의 행사가격으로 230억 원어치의 BW를 발행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에게 넘겼다. 그리고 이 전무 등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삼성SDS의 발행주식 가운데 32.9%를 보유하게 됐다. 그런데 당시 장외에서 거래되던 삼성SDS 주식의 실거래가는 5만 원 이상이었다. 이 전무가 터무니없는 헐값에 삼성SDS지분을 인수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그래서였다. 이 사건을 놓고 법적 논란이 불거진 뒤, 서울국세청은 삼성SDS 주식의 적정가격이 5만 5000원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낸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5만 5000원을 적정가격으로 인정했다. 이렇게 보면, 이 전무 등이 폭리를 거뒀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법원 역시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김인주 등 삼성 수뇌부가 배임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건희 전 회장 등에게 최종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공소시효 때문이다. 회사가 입은 손해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상 배임 혐의가 인정된다. 이렇게 되면, 공소시효가 10년이 된다. 이 전 회장 등이 유죄를 피할 길이 없다. 반면, 손해액이 50억 원 미만이면 공소시효가 7년이다. 이 전 회장 등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게 된다. 삼성 특검 사건 1심 재판을 담당한 민병훈 판사(현 변호사)가 이런 입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삼성SDS가 입은 손해액이 44억 원 이하라고 판단했다. 이런 계산이 나오려면 1999년 2월 발행된 삼성SDS BW의 적정 가격을 최대한 낮춰 잡아야 한다. 당시 민병훈 재판부는 삼성SDS 주식의 적정가격을 9192원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를 놓고 이건희 전 회장에게 면소 판결을 내리기 위해 억지로 꿰맞춘 금액이라는 말이 많았다. 서울국세청이 산정한 적정가격 5만5000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는 것.

▲ 지난해 7월 16일 열린 삼성특검 사건 1심 재판 풍경. 선고가 이뤄지기 직전 상황이다. 당시 재판을 진행한 민병훈 부장판사(현 변호사)는 "삼성 에버랜드 사건은 무죄"라는 소신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했었다. 법원 수뇌부가 굳이 이런 소신을 가진 판사에게 삼성 사건을 배당한 이유 역시 논란거리다. ⓒ손문상

기업회계기준인가, 세무상 기준인가…민병훈 재판부의 오류

경제개혁연대가 28일 발표한 자료에는 삼성SDS BW 적정가격을 둘러싼 논란에서 불거진 다양한 쟁점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비상장기업의 주식가치산정(평가) 방법은 증권거래법상의 평가방법과 상속세및증여세법(상증법)상의 평가방법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전 회장 등에게 면소 판결을 내린 민병훈 재판부는 삼성SDS 주식 가치를 평가하면서 삼일회계법인이 채택한 평가방식인 상증법의 비상장주식평가방법을 변형하여 적용했다. 상증법의 비상장주식평가방법 가운데 순손익가치를 계산하는 부분에서 과거의 실적이 아닌 미래의 추정손익을 적용한 것이 변형 내용이다.

민병훈 재판부는 순손익가치(수익가치)의 항목인 주당 순손익액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삼성SDS의 1998년 세무상 주당 순손익액(1155원)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향후 2년간 주당 순손익액이 1155원에서 매년 40%씩 증가한다고 가정하여 1999년에는 1671원, 2000년에는 2264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이날 자료에서 물음표를 찍은 지점은 "'1998년 세무상 주당 순손익액'을 출발점으로 삼는 게 타당한가"라는 대목이다.

삼성SDS의 1998년 기업회계기준상 주당 순손익액은 1669원이다. 세무상 주당 순손익액인 1155원과 514원 차이가 있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이 둘은 모두 회사의 손익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차이가 1심 재판에서 유·무죄를 갈랐다. 세무상 손익을 기준으로 삼은 민병훈 재판부의 입장과 달리, 경제개혁연대는 기업회계기준상 손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런 입장에 따를 경우, 삼성SDS의 주당 순손익가치는 민병훈 재판부가 계산한 1만2500원보다 높은 1만8072원이 된다. 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단순평균한 주식의 적정가치도 재판부가 계산한 9740원이 아니라 1만2526원이 된다. 결국 회사의 손실액은 재판부가 계산한 44억 원이 아니라 104억 원이 된다. 손해액이 50억 원을 넘게 되므로, 이건희 전 회장 등에게는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된다. 따라서 공소시효가 10년이 돼, 이 전 회장 등은 면소가 아닌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재판부가 기업회계기준상 손익이 아닌 세무상 손익을 기준으로 삼은 결과, 이 전 회장은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있었다.

재판부가 굳이 세무상 손익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기업회계기준은 기업의 실질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세무상 손익 기준을 담은 법인세법은 국가재정의 조세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삼성SDS 사건처럼 기업 가치 평가가 쟁점인 경우에는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리고 1심판결에서 적용한 기준인 '유가증권 인수업무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도 기업가치의 평가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제표를 근거로 한다고 돼 있다. 재판부가 기업회계기준이 아닌 세무상 기준을 적용해야 할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경제개혁연대가 1심판결에서 계산 방식 오류가 있었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런 오류가 고의로 저질러진 것인지 단순 실수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재용의 BW 인수 금액, 어떻게 봐야 하나"

이날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자료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쟁점이 담겨 있다. 그 중 하나가 "삼성SDS BW 발행가액을 7150원으로 보느냐, 7517원으로 보느냐"하는 문제다. 7150원은 삼성SDS BW 행사가격(7150원에 삼성SDS 주식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며, 7517원은 여기에 이재용 전무가 BW를 인수하면서 한 주당 지불한 가격인 367원을 더한 것이다.

BW 발행가액을 7517원(7150원+367원)으로 보는 쪽이 이건희 전 회장 등에게 유리하다. 회사의 손해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이 이런 입장을 취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대법원 판례와 어긋난다. 앞서 대법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발행하여 회사가 입은 손해는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과 실제 행사가격의 차액"이라고 못 박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자료에서 "이재용 등이 지불한 신주인수권 1주당 367원은, 상황에 따라 신주인수를 요구할 수도 또는 포기할 수 있는 권리(옵션)를 취득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단체는 "이러한 권리의 취득 비용은 설사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애초 공정한 가액으로 발행되었다 하더라도 지불했었어야만 하는 것이며, 응당 회사의 수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회사의 손해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차감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이 전 회장 측 주장을 반박했다.

"기업 실적에 매출액만 반영되나?"

"삼성SDS 주식의 미래 수익가치를 계산할 때, 과거 매출액 증가율을 적용해야 하는지"도 이번 재판의 중요한 쟁점이다. 이 전 회장 측 주장은 과거 매출액 증가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해야 회사의 손해액이 줄기 때문이다. 삼성SDS 재무제표에서 매출액, 영업이익, 경상이익, 법인세차감전순이익, 당기순이익 등 수익항목별 증가율을 각각 확인해보면 가장 낮은 게 매출액 증가율이다. 따라서 매출액 증가율을 적용하면, 삼성SDS 주식 적정가격은 낮게 책정된다. 결국 회사의 손해액도 준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가 보기에 과거 매출액 증가율을 적용해 주식 미래 가치를 계산하자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기업의 실적을 구성하는 매출액,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외수익, 영업외비용, 특별이익, 특별손실 등 모든 항목이 반영된 최종 결과물이 당기순이익이다. 따라서 기업가치는 최종적으로 당기순이익에 의해서 평가받는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자료에서 "만일 피고인들(이건희 전 회장 등)의 주장대로 순손익액 증가율에 매출액 증가율을 적용해야한다면 기업실적의 출발점인 매출만 고려되고 중간과정의 비용 및 영업외손익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불합리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또한 피고인들이 매출액 증가율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수익항목의 증가율이 배제되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회계기준 따라 계산하면, 이건희는 유죄

그런데 당기순이익 증가율을 근거로 삼성SDS 주식의 미래 가치를 산정하는 경우에도 논란거리가 있다. 1심 재판부는 삼성SDS 주식의 순손익가치를 산정하면서 향후 2년 동안의 주당 순손익액의 증가율을 40%로 가정했다. 이런 가정은 삼일회계법인의 주식평가보고서상 삼성SDS의 주당 순손익액이 1996년 551원, 1997년 693원, 1998년 1155원으로 각 직전연도 대비 1997년 25.7%, 1998년 66.6% 증가했다는 점에 근거를 둔 것이다. 이 증가율의 평균인 46.1%를 기준으로 약 40% 정도는 향후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본 것.

문제는 삼일회계법인의 주식평가보고서가 기업회계기준이 아니라 세무상 기준을 근거로 작성됐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업의 실질을 반영하는 것은 세무상 기준이 아니라 기업회계기준이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가 1심 판결과 동일한 방법으로 순손익액 증가율을 구하되 세무상 기준 대신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한 결과를 보면, 주당 순손익액의 증가율은 1997년 8%, 1998년 153%에 달하고, 평균 80%에 이른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삼성SDS 주식의 미래 가치는 주당 순손익액의 증가율을 40%로 가정한 것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삼성SDS의 손해액 역시 1심 재판부가 산정한 44억 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손해액이 50억 원을 넘기기 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되고, 이 전 회장 등은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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