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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중견기업 앞세워 군소재벌 소원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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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중견기업 앞세워 군소재벌 소원수리?

"정책 방향은 맞지만 해법은 정반대"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20일 "산업의 허리가 취약하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중간 규모인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를 촉구했다.

상의는 이날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정책지원의 사각지대'에서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견기업 지원의 필요성과 정책개선과제' 건의서를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에 제출했다.

위와 바닥이 넓고 둘을 잇는 허리는 아주 가늘고 긴 '샴페인 잔'에 비유할 수 있는 한국 기업 구조를 볼 때, '허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맞지만 이날 상의가 내놓은 해법은 맞다고 보기 힘들다.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계속 유지해 주고 대기업 관련 규제 적용은 배제해달라"는 전방위적 특혜를 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의 "대기업 관련 규제 적용하지 말아 달라"

상의는 이날 "중견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지만 더 이상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까지의 각종 지원이 끊긴 채 규모가 훨씬 큰 기존의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며 "중견기업들 중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중소기업 지원제도 중 △보유 또는 이전받은 기술의 사업화에 필요한 시설자금 등을 지원하는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지원 △기업의 R&D비용에 대한 세제지원 △수출입은행의 해외투자지원 금융 및 수출입금융 등의 지원시책 △KOTRA의 해외바이어 상담지원 및 지사화 사업 등의 해외마케팅 지원시책 등을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적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동시에 "△입찰참여 제한규제 △지주회사 관련규제 △상속세 중과세제도 등 중견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대기업 관련규제들의 적용을 배제해 줄 것"도 요청했다.

대기업들은 대통령과 핫라인도 있는데…

상의가 이날 중견기업 대책을 제안한 것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중견기업주들의 불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의 경우 대통령이 '핫라인'을 개설하는 등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또 전경련 등 이해집단을 통해서도 다양한 요구가 전달돼 실제 관철되기도 했다. 중소기업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기업, 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견기업과 중기업을 강화해야지만 한국경제의 체질이 튼튼해질 수 있다는 상의의 주장은 맞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중소기업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없는 큰 규모의 기업이 중소기업 지원에 포함돼 중복, 장기 지원을 받으면서 정작 지원이 필요한 소기업과 영세기업은 소외되는 게 문제점이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업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약 300만 개에 달해 업종과 규모별로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특화된 정책이 없다보니 중소기업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튼튼한 상위층에만 지원대책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의 지원도 상대적으로 중기업, 중견기업에 장기간, 중복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중견기업이 일정하게 기업을 쪼개 중소기업 지원 요건을 자의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통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독과점하는 것이 문제라는 게 오히려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중견기업 가장한 군소재벌 지원책?

특히 대한상의가 이날 △지주회사 관련규제 △상속세 중과제 등이 중견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중견기업을 앞세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 2조 원 이상) 바로 아래에 있는 군소재벌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회사 관련규제는 '자산 1000억 원 이상 기업'에 적용된다.

'중견기업'은 법적 정의가 없어 넓게 보면 '중소기업 이상의 기업으로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제외한 기업'까지 간주될 수 있다. 학계에서는 보통 상시근로자수 300-499인 규모를 중견기업으로 보고, 500인 이상을 대기업으로 분류한다. 정부에서는 좀 더 범위를 넓게 잡아 "상시근로자수 300인 이상~1000인 미만" 및 "매출액 400억 원 이상~1조 원 미만"으로 잡고 있다(산업자원부, 2004년). 상의는 이날 '중견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가칭) 제정을 건의하면서 '상시근로자 10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1000억 원 이하인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범주화했다.

또 시장 규율을 위한 규제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을 정부에 지원책으로 요구하는 인식도 문제다. 상의가 이날 중견기업 지원책의 외국 입법례로 소개한 프랑스의 경제현대화법도 상의에서 요구하는 '규제 완화'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 법은 중견기업에 대한 △R&D활동 지원 △중견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에 대해 세제혜택 부여 △글로벌마케팅지원사업의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등 지원책을 담고 있다.

김상조 교수는 "현실적으로 중견기업이 지배구조나 노사관계에 있어 대기업에 비해 외부의 감시에서 좀 더 자유롭기 때문에 문제가 더 많다"며 "중견기업들의 지배구조나 노사관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룰을 잘 정렬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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