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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세의 부활'과 '4대강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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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세의 부활'과 '4대강 살리기'

MB정부, 세금으로 '부자'에게 '두 번 퍼주기'

기획재정부가 17일 내년에 예정대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들어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감세정책으로 세수는 줄었으나 경제위기로 세출이 늘어나면서 최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년 예정돼 있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연기하자는 의견이 야당, 학계, 시민사회 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때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유예 주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흔들리던 정부가 결국 예정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굳힌 것. 이에 따라 내년에 소득세 최고세율이 35%에서 33%로,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에서 20%로 낮아진다. "감세는 이명박 정부 세제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세금을 낮춰 기업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하고 국민부담도 덜어줘 소비진작에도 기여한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냉장고 등 4개 가전제품에 개별소비세 부활

▲ 윤증현 장관이 내년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와 관련해 다소 혼란스런 태도를 보이기도 했으나, 재정부는 결국 감세정책을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하지만 감세만 있는 게 아니다. 세금이 늘어나는 대목도 있다. 재정부는 지난 15일 TV,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8월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개소세는 사치품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가전제품의 경우 지난 1999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부과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이명박 정부가 가전제품에 대한 개소세를 부활하는 명분은 에너지 절약.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녹색성장'과도 부합된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명분에 맞게 정부는 에너지 효율등급을 기준으로 4~5등급 저효율 제품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수록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저가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법인세, 소득세 등 직접세를 깎아주는 '부자감세'로 부족한 세수를 결국 서민들에게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법이다. 고가의 대용량 제품은 부유층이 더 많이 소비한다고 볼 수 있어 '서민 증세'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대용량 기준은 품목별 총 판매금액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고가 제품으로 TV는 40인치대 후반, 드럼세탁기는 세탁 용량 10kg 이상으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세율은 최대 8% 정도. 개소세는 결국 제품가격에 포함돼 해당 제품가격이 10만-30만 원 정도 올라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명분' 따로 '세금' 따로…자영업자 세부담 증가

재정부는 가전제품에 대한 개소세 부활로 증가한 세수로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개소세로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겠지만 에너지 고효율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정책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서민 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용량'을 기준으로 개소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과연 의도한 정책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가의 대용량 제품은 저가의 저용량 제품에 비해 오히려 에너지 효율이 높다. 정부가 개소세를 매겨 거둬들인 세금을 에너지 고효율 제품에 지원하겠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또 용량을 기준으로 해서 '서민 증세' 논란을 피해가려고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자영업자들은 '사치'가 아니라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용량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

과연 개소세 부활로 세수가 늘어날지도 의문이다. 안 그래도 경기침체로 가전제품 소비가 줄고 있는데 가격이 올라갈 경우 소비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소비가 줄면 기대했던 만큼의 세수 증대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가전업계는 정부 개소세 부활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 같은 반론을 펴고 있다.

역진적 세금 부과, 역진적 세출

기준이 '용량'이 됐든, '에너지 효율' 됐든, 제품에 매겨지는 세금은 간접세라는 점에서 역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를 통해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게 세금의 효과 중 하나인데, 오히려 소득 격차를 늘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금 부과의 역진성보다 더 중요한 게 세출의 역진성이다. 유럽 국가들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비중이 미국에 비해 높다. 세금 체계만 놓고 보면 유럽이 미국보다 역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은 복지 예산 비중이 미국에 비해 훨씬 높다. 세금을 어떻게 거두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감세정책을 쓰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세출은 어떤가. 재정부는 지난 9일 내년 예산요구안(기금 포함) 298조5000억 원을 발표했다. 이중 보건 · 복지 · 노동분야가 82조1000억 원이다. 올해 정부의 복지지출액 80조4000억 원에 비해 1.7조 원 증가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작년에 비해 2.1% 늘어난 것으로 물가상승율(3.0%)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복지 예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우리 정부의 복지지출은 대략 GDP의 8% 수준으로, OECD 국가 평균 복지지출(GDP 2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산업 · 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13조6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과 비교해 16.2%나 줄었고 교육분야도 35조7000억 원으로 6.9%가 감소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은 26조2000억 원으로 5.7%의 증가율을 보였다. '4대강 살리기' 예산도 6조4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SOC, 4대강 살리기 등 대형 토목사업 예산은 대기업 건설사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크다. 또 토지보상비의 형태로 부동산 투기세력의 주머니에도 일부 들어간다. 정부는 토목사업을 통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주장하지만 저임의 임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김종인 박사(전 청와대 경제수석)가 최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세수가 부족하면) 차라리 부가가치세를 올리고 세출에 있어 4대강 사업 등 역진성이 뚜렷한 정책을 포기하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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