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갑부들은 명품을 걸치지 않고 싸구려 티셔츠나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돈이 아깝거나 패션 감각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들의 속마음에는 '난더후투(難得糊途)'라는 중국인들의 처세술이 자리잡고 있다.
난더후투란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뜻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가진 것이나 아는 것 없는 사람이 잘난 척 하는 것은 인간 수양의 최하 단계다. 그러나 잘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어리숙하게 행동할 수 있는 수양의 경지는 최고 단계다.
11일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숨진 중국 동방학의 대가 지셴린(季羨林)은 중국 정관계나 학계에서 난더후투의 경지에 오른 대표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12개 언어를 구사하는 천재 지셴린은 황갈색 누더기 옷과 누더기 가방을 낀 노동자 행색으로 캠퍼스를 누볐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지 교수를 자신의 정신적인 스승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는 도덕적인 수양과 인품의 수준이 높았다. 중국 언론은 아예 그에게 '인간 국보'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있다.
1911년 산둥(山東)성 칭핑(淸平)에서 태어난 고인은 칭화(淸華)대학에서 서양문학을 전공하고 1935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산스크리트어, 범어 등 인도 고문자와 고대문화를 공부했으며 1941년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46년 독일에서 귀국, 베이징대학 교수로 근무했다.
지 교수는 베이징대학에 동방어문학과를 처음 만들었으며 1956년 중국과학원 철학사회과학부 위원에 당선됐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서사시 '라마야나'를 중국어로 번역했다. 고대 인도 언어와 동양철학, 불교문화 등을 연구하며 문학, 문화, 예술, 철학, 종교에 관한 전집을 저술했다.
중국 지성계의 태두로 불리는 지 교수는 1978년 베이징대 부총장을 지냈다. 모두 24권으로 된 '지셴린문집'은 인도 고대언어와 중국-인도 문화관계, 인도 역사와 문화, 중국 문화와 동방문화, 불교, 비교문학과 민간문학, 각종 고대 문학작품 번역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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