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수다
저는 지난 토요일(7월 11일) 7시 공연(캐스트: 오나라, 임진아, 이진규, 서현수)을 관람했습니다. 작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을 본 뒤 소극장 버전은 첫 경험이었죠. 아기자기해진 무대가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기쁨이 가장 컸어요. 보통 뮤지컬 작품을 많이 관람하다 보면 그 노래가 그 노래 같고, 임팩트 강한 몇몇 곡들을 제외하고는 이 작품 저 작품의 멜로디가 뇌 속에서 마구 섞이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뮤지컬 '싱글즈'는 자기만의 음색과 견고한 멜로디가 타 뮤지컬과 확연히 구분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가사며 음색 하나하나가 29살 청춘들의 스토리와 맞물려 더욱 짠ㅡ하게 다가오던걸요. 하루종일 입에 붙어 떨어지지 않던 '자기'나 '29(스물아홉)'과 같은 넘버들 역시 훌륭하지만, 저는 '담배'를 이 작품의 베스트 넘버로 소개하고 싶네요. 자, 그럼 '담배'가 대체 어떤 노래냐고요?
▲ 뮤지컬 '싱글즈' 넘버 그래프 ⓒ뉴스테이지 |
♬'담배'는 어떤 곡?
뮤지컬 '싱글즈'의 네 주인공 중 '정준'의 테마곡입니다. '정준'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녀는 '정준은 그저 좋은 사람일뿐 결혼상대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그의 곁을 떠났죠. 이렇게 여자 친구와 이별을 맞이한 '정준'이 오랫동안 피지 않던 담배를 꺼내 물며 부르는 슬픈 노래입니다. 극 중 술에 취한 '정준'이 부르는 '담배'는 애잔한 멜로디 한 큰 술, 정준의 흐느낌 한 큰 술, 그녀를 잡지 못한 아쉬움 한 큰 술이 더해져 오묘하게 슬픈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혹시 '정준'과 같은 경험을 가져본 관객이라면, 괜스레 심장이 간지러워 지실지도 몰라요.
♬'담배'의 뒷 이야기
뮤지컬 '싱글즈'는 지난해(제2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최우수창작뮤지컬상과 작사극본상을 동시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던 작품이에요. 그래서 이 작품의 작사, 극본 작업까지 참여한 성재준 연출과 수상 소감에 관련된 인터뷰를 나눴죠. 여러 이야기가 오고간 끝에 '싱글즈' 넘버들 중 성재준 연출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물었어요. 모두 본인이 작사한 노래들이니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야 없겠지만, 대답은 의외로 빨리 나오더라고요. 물론 정답은 '담배'였습니다. 성재준 연출은 이 넘버를 만들기 전 '정준'이 여자 친구에게 실연당한 마음을 어떻게하면 잘 전달할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해요. 그는 평범하게 그냥 '아프다' '슬프다'라는 말보다 좀 더 세련된 방법을 찾고 싶었던 중 담배가 떠올랐대요. 보통 남자들이 가장 힘들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찾는 친구는 술과 담배니까요. 성 연출의 말처럼 '담배'는 3년만에 피게 되는 이 담배라는 놈에게 '정준'이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는 내용의 노래랍니다.
♬'담배' 가사 보기
안녕 오랜만 / 영원히 잊겠다고 / 다짐을 했는데 / 또 다시 널 만나네
안녕 오랜만 / 옛 친구 너에게 / 내 얘기 해줄게 / 그 바보 같은 내 사랑
그녀는 내게 말하지 / 내가 좋은 남자라고
난 행복했어 / 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니까
그녀가 내게 또 말해 / 내가 좋은 사람이라
그래서 싫대 /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 / 그래서
돈 없고 능력 없는 / 그런 남자 / 그녀에겐 그저 / 좋은 사람일뿐
원하는걸 주고 싶어도 / 내가 가진 것은 그것뿐(생략)
▲ ⓒ뉴스테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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