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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터뷰> 이 형제를 아시나요?

[人 스테이지] 연극 '레인맨' 김성기, 김영민과의 소소한 이야기

연극 '레인맨'이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2차 연장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초연된 연극 '레인맨'은 연기파 배우 임원희와 이종혁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그 뒤를 잇는 2차 무대에는 처음으로 정극에 도전하는 뮤지컬 배우 김성기와 연극 ∙ 영화를 넘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안방극장까지 노리는 배우 김영민이 오르고 있다.

▲ 연극 '레인맨'의 한 장면ⓒ뉴스테이지

▲ 배우들이 말하는 영화 '레인맨'

연극 '레인맨'은 1988년 발표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영화 '레인맨'은 이듬해 아카데미상에서(제61회)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수작이다. 극은 자폐를 앓고 있는 형 '레이몬드'와 차갑고 삐딱한 동생 '찰리'가 서로를 치유해 과는 과정이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전해진다. 특히 영화에서는 '레이몬드' 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의 자폐증 연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연기로 평가 받았다. 연극에서는 김성기가 '레이몬드' 역을 김영민이 '찰리' 역을 맡았다.

기자: 영화는 보셨죠?

김성기(이하 성기): 네. 많이 봤죠. 어렸을 때 처음 봤어요. 1980년대…….

기자: 어땠나요?

성기: 영화는 형제가 여행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가지 해프닝들이 참 재밌더라고요. 특히 더스틴 호프만의 천재 같은 자폐증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솔직히 영화는 제가 연극하면서 느꼈던 것만큼 뭉클하지는 않던걸요.

기자: 연극이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가요?

성기: 글쎄요. 반면 연극하면서는 여러 번 뭉클한 감정들이 오거든요. 동생하고 연기하는 도중 막 울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저는 울면 안 되는 역할이기 때문에 억지로 참죠.

기자: 영민씨는요?

김영민(이하 영민): '레인맨'이 벌써 20년이나 된 영화더라고요.

기자: 네. 하지만 인터넷에서 '레인맨'을 검색해 보니 평점 9.10점이나 받았던 걸요. 역시 '고전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영민: 저도 연극 무대에 오르기 전 다시 이 영화를 봤어요. 시간은 지났지만 역시 좋은 영화더라고요. 하지만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영화를 연극으로 바꾼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잖아요. 반면 우리 작품은 연극만의 매력을 살린 에피소드 구성, 함축적인 메시지 전달 등의 이유 때문에 여러 곳에서 호평 받는 것 같아요.

▲ 성기씨, 수염 어디 갔어요?

▲ 연극 '레인맨'의 김성기 ⓒ뉴스테이지
김성기는 그간 수십 편의 뮤지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코믹 연기로 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해왔던 배우다. 그는 어떠한 작품이건 관객의 배를 움켜쥐게 하는 마력 같은 코믹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창작 초연된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에서도 어김없이 코믹한 매력을 발휘, 다시 한 번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돌연 연극 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더불어 '자폐를 앓고 있는 형' 역할이라는 다소 난해한(?) 작업에 뛰어든 것. 이 연극을 위해 평소 애지중지 하던 '수염'마저 밀었다고 하니 그 각오가 대단한 듯 보인다.

기자: 김성기씨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수염이 정말 없어졌네요. 이번 연극을 위해 과감히 밀었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첫 연극 도전에 대한 각오가 남달랐다는 이야기겠죠? 돌연 연극 무대로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네요.

성기: 보통 남자들이 군대 제대한 뒤에 꼭 제대 안한 꿈을 꾸거든요(웃음). 그런 것처럼 저 역시 작품을 하면서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무대에 서는 사람인데 연극 한편은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도전했죠.

기자: 그렇다면 연극 '레인맨'에 대한 선택은 만족하나요?

성기: 그럼요. 제게 '레인맨'은 무척 영광스러운 작품이에요. 그런데 첫 작품 치고는 너무 큰 홍역을 치른 것 같아요. 연습하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공연 초반에는 입에 닿지 않았던 대사들 때문에 너무 많이 떨었어요.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안심을 못해요. 하지만 연극은 제 무대 인생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집을 부렸죠.

기자: 안 그래도 김성기씨 얼굴이 조금 핼쑥해진 것 같네요. 이어 연극과 뮤지컬이 다른 점이 있다면요?

성기: 뮤지컬은 연기에 자신이 없는 부분이 있다면 가끔 노래 안으로 숨을 수 있거든요(웃음). 하지만 연극은 숨을 곳이 없어요. 무대 위에서 끝까지 헤매는 수밖에요.

기자: 김성기씨가 맡은 '레이몬드'는 자폐를 앓고 있는 인물이잖아요. 무대 위에서 자폐증 환자로 하루 종일 살다가 실제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평소 생활에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성기: 네 물론 있죠. 옛날에는 담배를 아주 멋있게 폈었거든요. 근데 요새는 어딘가 불안한 모습으로 쪼그려 피고, 물을 마실 때도 두 손을 모아서 마셔요(웃음). 벌써 세달 가까이 '레이몬드'로 살다보니 저도 모르게 몸의 언어가 소극적으로 변하더라고요.

▲ 김영민, 고등학생부터 걸어온 배우 인생

▲ 연극 '레인맨'의 김영민 ⓒ뉴스테이지
대학로 연기파 배우이자 관객 몰이에도 여느 스타 못지않은 표심을 겸비한 김영민.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정명환' 역으로 출연하며 점차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김영민은 1999년 연극 '내게서 멀어지는 것은 작다'를 시작으로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그의 연극 인생은 '레이디 맥베스' '배장화 배홍련' '마녀사냥' '줄리에게 박수를' '햄릿' '청춘예찬'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 동안에도 김영민은 '수취인 불명(2001)'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등 개성과 연기를 우선시 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기자: 영민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데요. 왜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는지, 첫 계기가 궁금해요.

영민: 글쎄요……. 그냥 좋으니까? 그런 단계를 밟아온 것 같아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점차 연극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지금도 좋아서 하고 있고요. 그러다가 연극에 대한 프로의식 같은 것도 느끼게 되고……. 이런 단계들을 차근히 밟아왔지 않았나 싶어요.

기자: 맨 처음 어떤 작품을 보고 '연극이 내 길이다'라는 것을 깨달았나요?

영민: 어떤 작품을 보고 그 작품에 빠져서 연극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지는 않았어요. 형 친구가 연극을 했었는데, 갑자기 연극 서클을 만들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죠.

기자: 그럼 학교 안에서 활동한 게 아니고 개인적인 서클을 통해 연극을 시작하신건가요?

영민: 네. 소위 '대학로에서 라면만 먹고 다니는' 배고픈 부류였어요.

기자: 영민씨의 필모그래피는 아주 탄탄한 것 같아요. 더불어 영화나 연극 작품 모두 '작가주의'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요? 특별히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요?

영민: 일부러 작가주의라던가 예술 지향적 작품을 찾아다니지는 않아요. 그냥 읽어서 대본이 좋으면 참여하는 거죠.

▲ 연극 '레인맨'은 '□(네모)'다.

기자: 이제 연극 '레인맨'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영화는 보지 못했고 지난 토요일(7월 4일) 연극으로 처음 봤어요. 평소 시놉시스만 봐왔던 저는 작품을 보기 전 '따뜻한 연극 이겠구나'라고만 생각 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웃기기도 웃길뿐더러 나중에는 마음까지 묵직해지는 게, 웃음과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었어요.

성기: 지난 토요일에 보셨어요? 다행이다. 일요일이 아니라서(웃음).

기자: 일요일 공연 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성기: 그날 일주일 동안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오는 거예요. 아, 공연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정신만 살아있지 몸은 죽어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래도 찾아와주신 관객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죠(웃음).

기자: 다행히도 저는 참 재미있게 관람했어요(웃음). 집에 갈 때까지 따뜻한 마음이 가시지 않던걸요. 배우분들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성기: 사실 읽을 때마다 슬펐어요. 처음에는 '아 이 부분이 슬픈 거구나'라고 인식했어요. 그냥 그날만 슬픈 줄 알았는데, 그 다음날 읽으면 제가 또 울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감정들을 객석에서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죠.

영민: 저도 마찬가지에요. 우리 연극은 따뜻하기도 하고 웃음도 있죠. 요즘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러한 가운데 감동, 따뜻함과 같은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교감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 배우 김성기가 뽑은 연극 '레인맨' 명장면 ⓒ뉴스테이지
기자: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요?

영민: 저는 찰리가 변화하는 모습 전부 다 좋아요. 찰리는 오해가 많은 사람이에요. 어린 시절 여러 오해들로 인해 인생이 꼬이고 세상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죠. 그런 찰리가 '레이몬드' 형과 지내면서 잘못된 생각이나 태도를 바꾸는 부분이 맘에 들어요.

기자: 그렇다면 우리는 찰리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영민: 저도 연극을 하면서 많이 생각해요. 레이몬드 형과 지낸 짧은 시간동안 무엇이 찰리를 변화시켰을까를 말이죠. 보통 사람들이 자기 잘난 맛에 살잖아요. 하지만 찰리를 보면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성기: 저는 언젠가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동생에게 머리를 댔을 때, "레인맨은 찰리를 절대 잊지 않을 거다. 자랑해도 돼."라는 대사 좋아요. 또 하나의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고 내일을 맞는 거잖아요. 새로운 만남을 위해 슬프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가는 거죠.

기자: 그 장면 연기하실 때 스스로도 무척 슬플 것 같아요.

성기: 네. 그래서 원래 객석을 바라봐야 하는데, 약간 비틀고 서서 말해요. 관객들에게 제 감정을 들킬까봐서요(웃음).

기자: 마지막으로, 연극 '레인맨'을 찾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성기: 감동도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느끼지 못했던 뭉클한 감정들을 우리 작품에서는 느낄 수 있거든요. 이런 경험도 하나의 쾌락이죠. 그래서 저는 편안히 오셔서 마음껏 '즐거움'을 느끼고 가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영민: 저 역시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기고 갔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연극을 딱딱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즐긴다면 더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겠죠. 공연이 이제 반 정도 남았네요. 저희 배우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쇼팩이 제작한 연극 '레인맨'은 지난 4월 24일을 시작으로 국내 초연을 시작했다. 초연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레인맨'은 공연개막 2주 만에 연극 '라이어', '늙은 도둑 이야기', '민들레 바람되어' 등 기존의 히트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극 상위권(인터파크 기준)을 꾸준히 지켰던 작품이다. 연극 '레인맨'은 오는 8월 2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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