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을 사용해 동식물을 익혀서 먹으면서 이런 독소의 상당수를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한의학 역시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서 동식물의 독소를 다스리는 방법을 궁리해왔다. 요즘 말로 하면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해 온 것이다. 약물의 편향된 성질이나 맹렬한 독성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을 궁리해 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법제'다.
널리 복용하는 홍삼은 인삼을 쪄서 말린 것이다. 일찍이 인삼의 약효를 경험한 많은 사람은 약간의 부작용을 인식하였다. 이 부작용을 줄이는 갖가지 방법이 궁리되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홍삼이다. 홍삼을 만드는 방식은 끓인 물로 인삼을 찌는 증법(蒸法)이다. 한 번 찌는 것과 아홉 번 찌는 것이 있는데, 많이 찔수록 따뜻한 기운이 높아진다.
의외로 홍삼의 기록은 짧다. <정조 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그러나 찌는 방식에 대한 연구는 훨씬 이전에 존재하였다. 고려 인종 원년 송나라의 국신사 서긍은 고려의 생활상을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고려도경)>을 집필하였는데 23권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이 기록은 지금은 홍삼 제법과 상당히 유사하다.
"인삼은 생삼과 숙삼의 두 가지가 있는데 생삼은 빛이 희고 약에 넣으면 그 맛이 온전하나 여름을 지나면 좀이 먹어서 쪄서 익혀 오래 둘 수 있는 것만 못하다. 예로부터 전하기를 숙삼의 모양이 평평한 것은 고려 사람이 돌로 이를 눌러 즙을 짜내고 삶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러나 직접 물으니 그것이 아니다. 뿌리를 포개서 삼을 찌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 무분별한 홍삼의 복용은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인삼, 홍삼에 맞는 체질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프레시안 |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부작용을 경험하는 환자의 대부분이 구입 과정에서 "홍삼은 체질에 관계없이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한의학자로서는 이런 말에 실소를 할 수밖에 없다. 강조하건대, 홍삼은 무를 삶아서 만든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인삼의 독성을 꺾고자 법제한 것이다. 즉, 홍삼 안에도 인삼의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람들은 인삼의 사포닌의 강장 작용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면서도 정작 한의학에서 말하는 인삼의 약효에 대한 설명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인삼의 약효는 그것의 산지의 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삼, 산삼은 햇빛, 바람을 싫어한다. 깊은 산속 골짜기야말로 최상의 산지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인삼의 산지를 염두에 두고, 인삼의 약효가 잘 드는 사람 즉 인삼과 궁합이 맞는 사람을 따진다. 음의 기운을 갖는 차가운 체질의 환자에게 인삼이 잘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양의 기운을 갖는 뜨거운 체질의 환자가 인삼을 복용하면 정신적 흥분을 유발하는 등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새싹처럼 자신의 몇 백 배에 해당하는 힘을 내재한 어린아이에게 인삼을 복용시키는 것은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홍삼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아이에게 홍삼을 지속적으로 복용시키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어린아이에게는 인삼, 홍삼의 복용을 제한했다.
인삼의 효험이 놀라운 게 사실이다. 특히 해가 거듭할수록 효험이 달라진다. 1~2년산은 위장에서 소화 기능을 북돋는다. 연식이 더해짐에 따라서 폐에서 호흡 기능을 돕고, 신장에서 원기를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며, 간장으로 들어가 근육의 힘을 강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5년산 이상이 되면 정신 작용과 감각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이렇게 몸의 기능에 긍정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항암 물질의 가능성도 연구 중이다. 그러나 이런 인삼의 작용은 어디까지나 체질, 신체 상태에 따라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그 무분별한 홍삼, 인삼의 복용은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약은 과하면 독이 될 수 있고, 홍삼도 절대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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