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해고대란' 괴담을 내세운 비정규직법 유예 움직임, 정리 해고를 둘러싼 노사 갈등 속에 세 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쌍용차 평택 공장, 시국 선언을 빌미로 징계는 물론 사상 초유의 압수 수색을 당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싸울 수밖에 없는 일들이 민주노총 앞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 민주노총 8000여 명 조합원이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이명박 정부의 독재를 끝내자"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될 경우 곧바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될 경우 곧바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 "법안 상정하면 곧바로 전면 총파업이다" 경고
임 위원장은 '기우제'를 언급했다.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대정부 투쟁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정진후 위원장도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은 우리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라며 "죽을 수는 있지만 옳은 것을 틀렸다고 가르칠 순 없다. 온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총력 투쟁을 하기엔 민주노총의 내부 사정이 좋지 않다. 핵심 동력인 금속노조는 최대 지부인 현대차지부와의 갈등이 정갑득 위원장에 대한 고발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뻥파업'이라는 안팎의 비아냥을 잠재울 무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외부의 탄압도 뻔히 예상된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 듯 임 위원장도 "총파업 과정에서 우리는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며 "어쩌면 쓰러져 무릎을 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지도, 이명박에게는 눈엣가시가 된 노조 몇 개가 흔적도 없이 박살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이날로 44일이 된 쌍용차노조의 파업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하고 있다. ⓒ프레시안 |
"민생행보? 높은 곳 지시라 병원도 나를 자를 수밖에 없다는데?"
▲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프레시안 |
2007년 3월부터 보훈병원 영양사로 일을 하다 2년하고도 3개월이 지난 6월 30일자로 계약해지된 선명애 씨는 "잘려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대통령이 '고용 유연화'를 얘기했다"며 "옆집 아저씨가 할 말을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침통했다"고 말했다. 선 씨는 "대통령이 민생 행보를 한다는데, 민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문제"라고 강조했다.
재계약이 어렵겠다는 말을 듣고 "1시간 반 동안 통사정을 했다"는 그는 병원으로부터 "우리가 하는 것도 아니고 높은 곳 지시라 어쩔 수가 없다"는 답을 들어야했단다. 공기업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해고가 비정규직법에 손 대고 싶어하는 정부가 기획하는 작품이라는 노동계 주장이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님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사례를 모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계속 계약을 갱신해 왔는데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재계약이 거부됐거나, 입법 취지와 반대로 2년 이상 비정규직은 해고하고 그 자리에 다른 비정규직을 쓰는 사례 등을 모아 집단 소송을 벌이겠다는 것.
국회 상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일단 민주노총은 오는 19일 야4당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다시 한 번 시청 앞에서 범국민 대회를 열 계획이다.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 중순까지 민주노총에게 '휴가'는 없다.
▲ 일단 민주노총은 오는 19일 야4당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다시 한 번 시청 앞에서 범국민 대회를 열 계획이다.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 중순까지 민주노총에게 '휴가'는 없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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