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홍석만 대변인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지난 1월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165일이 지났다.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정부와의 대화는 고사하고, 경찰은 용산 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추모 집회, 기자회견 등을 저지했다. 심지어 지난 2일, 서울경찰특공대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훈련장에서 기자들 앞에서 지난 1월 20일 용산 참사 진압 상황을 재연하며 대테러종합전술훈련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날 훈련을 두고 "북한의 도발 위협이나 국가 중요 시설 등에 대한 긴급 상황 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특공대의 훈련 모습은 용산 참사 진압 모습과 똑같았다. 경찰은 컨테이너를 건물 옥상으로 올려 특공대를 투입시키고 살수차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경찰특공대 운동장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건물 점거 농성 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건물 점거 진압 훈련에 사용된 망루와 컨테이너 등이 '용산 참사' 현장을 연상시킨다. ⓒ뉴시스 |
"이젠 보란 듯이 살인 진압 예행 연습을…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용산범대위는 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인근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석만 대변인은 "단 한 차례도 정부는 용산 참사 추모제를 금지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거기다 이제는 보란 듯이 살인 진압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했다"며 "억울하고 분해서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사람이 죽었던 상황을 재연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우리는 다만 고인을 하늘나라로 고이 보내고 싶을 뿐"이라고 정부의 사과를 재차 촉구했다.
용산범대위는 "대테러 작전 임무를 띤 경찰특공대가 생존권 투쟁에 투입되는 것은 그 창설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공권력 남용을 금하는 법규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하지만 경찰은 이날 훈련을 통해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시 또다시 살인 진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표명했다"고 질타했다.
용산범대위는 "서민 대책 운운하던 정권이 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살인 진압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 이 땅의 엄연한 현실"이라며 "잘못된 개발 정책과 허점투성이 법 제도로 인해 삶의 벼랑에 내몰린 국민을 무참히 살해하는 정부, 이것이 이 정부의 본질"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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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전에 참가자를 불법 감금…결국 부끄러움을 자인한 것"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서울경찰청 앞에서 오전 11시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예정보다 30분을 훌쩍 넘겨서 진행됐다. 장소도 서울경찰청 앞이 아닌 인근 외환은행 앞으로 변경됐다.
앞서 경찰은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경찰청을 찾은 용산범대위 회원과 유가족 10명을 에워싸고 이동을 막았다. 유가족은 "도로로 가는 것도 아니고 인도로 걸어가는데 왜 길을 막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요지부동이었다.
경찰 측 관계자는 "여럿이 하는 행진은 불법 집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에워쌌다. 유가족은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인도로 걸어가기 위해 집회 신고를 내는 나라는 없다"며 항의했지만 경찰은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30여 분간의 실랑이 끝에 용산범대위는 결국 그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은 이들을 둘러싼 병력은 철수했지만, 경찰 차량과 병력을 배치해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서울경찰청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홍석만 대변인은 "수십 차례 기자회견을 해왔지만 오늘처럼 기자회견을 하기도 전에 참석자들을 감금하고 기자회견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결국 스스로 전날 했던 훈련이 부끄러운 만행이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경찰청을 찾은 유가족과 용산 범대위 회원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둘러싸고 이동을 막았다. ⓒ프레시안 |
▲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명숙 씨. 발언을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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