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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고대란'? 스페인처럼 해보자"

사회공공연구소 "정규직 전환이 최선의 해결책"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비정규직법 유예 개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1일 기습 상정된 비정규직법 유예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당초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나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꾀하려던 비정규직법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 특히 당사자인 노동계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발 더 나아가 "유예가 아닌 법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 임시직 허용 이후 두 차례 법 개정에도 임시직 늘어나

사회공공연구소(소장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2일 스페인 사례를 들며 "유예가 아닌 강력한 기간제 사용 제한과 정규직 전환 유도가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도 임시직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84년 법 개정을 통해 임시직 사용을 허용한 스페인에서는 이후 임시직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와 달리 임시직 비율이 30%가 넘고, 이로 인한 노동시장 분절화가 심각했던 스페인은 한국과 유사한 노동시장 구조를 지녔다.

스페인 정부와 노사 단체들은 임시직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동법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도리어 임시직의 숫자는 더욱 늘어만 갔다.

1994년 해고 비용 축소 등 정규직 고용 보호 완화 조치, 1997년 이중 정규직 도입으로 정규직 고용 보호 완화 등 연달아 법 개정을 시도하며 임시직을 줄이려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이를 두고 "임시직의 노동 조건은 그대로 둔 채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 호만을 완화함으로써 임시직을 줄이려고 했던 1994년 이후의 정책은 오히려 임시직이 정규직을 대체하는 효과를 조장했다"고 실패 요인을 설명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2006년 임시직 사용을 억제하고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이 마련되면서 일정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민주노총에서 열린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 회의장 앞에서 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 ⓒ뉴시스

2006년 임시직 사용 억제 정책 이후 줄어든 임시직…"한국은 어떻게?"

2006년 법 개정은 앞서 두 차례의 법 개정과 달랐다. 먼저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임시직 사용을 강하게 억제했다.

이 법은 일정한 효과를 거뒀다. 2006년 법 개정 전 34%에 달했던 임시직 비율이 2008년에는 29.3%로 감소했다. 연구소는 "짧은 기간 동안 임시직이 4.7% 감소한 것은 법 개정에 따른 효과"라고 추정했다.

연구소는 "이는 한국의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장기 지속적 효과는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한국의 비정규직 개정 논란에서 스페인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스페인 사례가 한국에 주는 의미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노동시장 변화에 적합하지 않으면 어떤 법 개정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1994년 이후 스페인이 두 차례 법을 개정했지만, 임시직 억제 효과가 별로 없었다"며 "한국 역시 비정규직법이 비정규 노동자의 비율을 줄이는데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법이 노동시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기간 제한을 2년으로 하든 4년으로 하든 비정규직 남용을 줄이는 데에 별 다른 기여를 할 수 없다는 것.

두 번째로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완화해도 임시직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는 없다는 점이다. 현재 보수 언론과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챙기기와 과보호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소는 "정규직 보호를 완화해야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스페인의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억제와 함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소는 "직접적인 사용 억제 정책과 함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동시에 구사할 경우 사용자들의 초기 부담이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며 "더 나아가 공공지출을 통한 인센티브 제공 방식보다는 인센티브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비정규직 사용 기업에 대한 부담을 통해 마련하면 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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