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및 산하 기관과 서울시 용역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4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노동관계법에서 보장된 기본권리에서도 소외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민간영역 뿐만 아니라 공공영역에서도 열악한 근무조건 아래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화돼 있다는 의미로,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시 비정규직, 노동자 4명 당 1명꼴...용역근로가 가장 많아**
이같은 사실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지하철·도시철도공사노동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7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시 비정규직 실태조사팀(이하 조사팀)'이 6개월 동안 실태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8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조사팀에 따르면 시본청, 시의회, 직속기관·사업소 및 지방공사의 계약직, 상용직, 일용직, 용역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1만466명으로 전체 인력 5만4938명의 19.3%를 차지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로 따지면 30.6%로 노동자 4명당 1명꼴로 비정규직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농수산물공사·도시철도공사 등 지방공사로 나타났다.(아래 표 참조)
예컨대 SH공사(구 도시개발공사)는 전체 인력 중 정규직이 29.1%에 그친 반면 비정규직 비율은 70.5%에 달해 대부분의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총원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시설관리공단 45.6%, 농수산물공사 41.9%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표-1>
특히 주목할 대목은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비정규 근로의 한 형태인 용역직이라는 점이다. 조사팀에 따르면, 외주용역업체에 속한 채 공공기관에 청소미화, 시설관리, 경비 등의 용역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8334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78.6%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아래 그림 참조)
<그림-1>
이는 노무관리의 용이성과 비용절감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서울시가 직접채용 대신 외주위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음을 의미한다.
***상시근로에도 비정규직 고용...법정 최저임금 위반업체도 다수**
한편 장기근속자임에도 반복갱신 계약을 통해 상시고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는 상시근무의 경우 '상용직화'하겠다고 지난해 5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서울시 농수산물공사는 모두 43명의 계약직을 채용하고 있는데, 이 중 2000년 이전에 입사해 5년 이상 근로한 장기근속자가 39.5%에 달했다. 특히 가격조사 담당자의 경우 입사연도가 1989년으로 근속연수가 17년에 달했고, 사무보조 5명 중 4명도 1992~1997년에 입사한 노동자로 나타났다.(아래 표 참조)
<표-2>
더구나 법정 최저임금을 위반한 업체도 적지 않았다. 민간위탁, 외주용역 업체 중 124개 업체가 제출한 임금대장을 조사팀이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업체 중 25%가 법정 최저임금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위반업체들은 대부분 청소용역, 세탁용역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여성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사업장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비정규직 중 여성 비정규직에 대해 차별이 집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조사대상에 오른 63개 청소용역업체 중 월평균 임금이 60만~80만 원 사이에 분포된 업체가 전체의 61.9%인 39개에 달해 대다수 청소용역업체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극심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급계약서-취업규칙에 법위반 내용 적시하기도**
한편 서울시 및 관련 기관과 위탁용역업체 간에 맺은 '도급계약서'와 위탁용역업체의 '취업규칙'에는 위장도급,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는 조항들이 다수 발견됐다.
예컨대 강동정수사업소 청소용역업체인 H사의 경우 취업규칙에 "타사에 취업 중 불법 노사분규를 주동하여 해고된 자는 채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뚝도정수사업소 청소용역업체인 J사의 경우 "작업현장 또는 부대시설에서 집회, 연설, 게시, 집단적 활동,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취업규칙에 밝히고 있다.
특히 일부 용역업체들은 입사시 노동3권 침해내용이 적시된 '서약서'까지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현궁을 운영하고 있는 M재단의 경우 "비영리 재단의 특성과 봉사의 정신을 잘 이해하고 서울시 문화국 문화재과의 운현궁 위탁운영관리의 취지를 이해하여 이에 따른 임금인상 요구, 노동조합 결성 등의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서약서를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조항들은 사실상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거나 노동3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팀은 이같은 결과를 발표하며 △상시업무 종사자의 정규직화 △무분별한 민간위탁 및 용역 규제방안 마련 △비정규직의 노동권 확보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조사결과는 심재옥 민노당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기관별 현황표와 민간위탁/외주용역어체의 도급계약서, 과업지시서, 임금대장(급여명세서),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용역원가 산정내역서를 바탕으로 '서울시 비정규직 실태조사팀'이 6개월 동안 분석한 끝에 발표됐다.
<박스>
용어 해설
1. 계약직: 지위에 상관없이 일정한 기간을 정해 고용되는 노동자.
2. 상용직: 연간 300일 이상 직접 고용된 단순 노무원이나 청원경찰 등의 상근인력. 상시고용 인력임에도 정규직과 임금-근로조건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3. 일용직: 연간 300일 미만만 고용되는 노동자.
4. 용역직: 공공기관과 도급(위탁)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에 고용돼 임금을 받고 있으며 용역업체의 지휘 하에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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