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규모의 비정규직 연대체인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가 16일 출범했다. 이에 따라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한국노총과 함께 두 노총으로 양분됐던 노동계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게 됐다. 특히 이날 출범한 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연대성의 위기'에 봉착한 그간의 민주노조운동 방식에 대한 비판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향후 활동이 주목된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출범...4만여명 가입**
16일 오후 1시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전국에서 상경한 4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의장 구권서, 이하 전비연)'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날 전비연 출범은 2003년 9월 경 민주노총 산하 비정규직 노조의 대표자들이 업종과 지역을 넘어선 비정규직 노조만의 연대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룬 이래 2년 여 만이다.
전비연에 따르면, 전비연에 가입한 단위노조는 모두 50여 개이며 4만여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비정규직 조합원이 모두 7만 여 명임을 감안할 때 향후 전비연의 조직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전비연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민규 전비연 집행위원장은 "올해 중반기부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가입이 가속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전비연 가맹 조직도 늘고 있다"고 말하고 "앞으로 전비연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조직외연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비연, 독자적 행보 강조할 듯**
전비연 출범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조의 독자적 목소리와 행보가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별 노조 체제와 대공장 정규직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이 주류였던 환경 속에서 비정규 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활동이 독자성을 갖기는 매우 힘든 실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비연의 공식 출범을 기점으로 전비연의 독자적 행보와 목소리는 당분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구권서 전비연 초대 의장은 "더 이상 (정규직 노조)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지 말고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전비연의 독자성을 강조했다.
***'연대성의 위기' 돌파할 수 있을까?**
한편 전비연의 독자성의 강조는 기존의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반성을 기반하고 있다.
전비연은 출범선언문에서 "'노동계급의 단결'을 실현하려는 정신은 심각하게 퇴행하여 대중운동 자체가 사업장·고용형태 등 갖가지 울타리 속에 갇힌 채 분열돼 있다"며 "1980년대 후반 대중적으로 실현되었던 계급적 연대의 수준은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고 현 민주노조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된 노동시장 내 양극화는 노동운동 내부에 '연대성의 위기'를 낳았고, 이에 대한 노동계 스스로의 적절한 처방과 자성이 부재함에 따라 최근 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공장 노조에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으로 취급하는 행태를 수차례 보이자 노동계 내에서도 '귀족노조' 혹은 '귀족노동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확산돼 왔다.
구권서 전비연 의장은 이와 관련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기업별 노조체제와 실리주의 투쟁의 울타리에 갖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전비연 출범은 이와 같은 민주노조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내 발언권 확보가 첫번째 과제**
하지만 전비연이 향후 노동계 내에서 분명한 발언권을 확보하기까지는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노총 내 의사결정구조에서 보여지듯, 전비연의 입장은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전비연의 노동계 내 입지가 매우 취약함을 보여준다.
예컨대 민주노총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단위인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전비연 의장은 정식 위원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종 의사결정단위인 대의원대회에서도 전비연은 제외돼 있다.
이와 관련 전비연은 현재 민주노총에 공식 조직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고, 민주노총은 '특별위원회' 형태로 받아들일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 노동운동의 핵심 주제가 비정규직 문제인 만큼 노동운동의 한 단계 성숙과 발전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견해가 반영될 수 있는 민주노총 조직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비연등 비정규직 노조활동가를 중심으로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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