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내년 예정된 법인세 및 소득세 추가 감세를 미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윤 장관은 불과 5일 전인 지난 25일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법인세 및 소득세 추가 감세에 대해 "기업의 법인세율은 경쟁국과 비교해 높게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등 '부자 감세'는 강행하면서 술, 담배 등 간접세를 늘릴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또 주로 중산서민층에 수혜가 집중되는 각종 비과세ㆍ감면제도의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왜 서민층이 메워야 하냐"는 비판이 쏟아졌었다. '서민 증세' 방침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중도'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 결국 허울 좋은 '쇼'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의 가장 강력한 근거였다.
윤 장관이 이날 법인세 및 소득세 추가 감세와 관련해 불과 며칠 전에 비해 상관된 입장을 밝힌 것은 이같은 비판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실제 1분기 세수가 작년 대비 16% 감소하는 등 재정에 '빨간 불'이 들어온 사실도 이같은 인식 변화를 부추겼다. '서민 증세'만으로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적하효과'(트리클다운 이펙트 : 대기업 등 부자들의 부를 늘려주면 그 효과가 저소득층에도 미친다는 이론)에 기반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윤증현 "감세 효과, 내년 재정편성에서 크게 고민"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야 4당이 등원을 거부해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의원들만 참석한 상임위였는데도 말이다.
특히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방만한 재정정책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법인세 및 소득세 감세의 내년 시행을 유보하는 것이 재정을 충실히 해나가는 측면에서도, 부자감세라는 주장을 방어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지난해 말 법인세 등을 감세하면 금방 경제가 나아진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는데 지금 보면 국가 부채만 늘고 기업들의 투자는 줄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내년 법인세-소득세 인하 유보 제안에 대해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내년 재정운용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번 여름이 끝날 무렵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감세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윤 장관은 "감세가 재정건전성에만 영향을 주고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기업 투자 부분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내년 재정편성 과정에서 크게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지난 25일까지만 해도 감세 효과에 대해 "감세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된다"며 기존 입장을 강변했었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소득세를 1차로 인하한데 이어 내년에도 소득세는 35%에서 33%, 법인세 22%에서 20%로 추가 인하한다는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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