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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가슴에서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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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가슴에서 꽃피다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가슴 성형의 비밀

사람의 젖가슴은 다른 포유류와 달리 흉곽에 붙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사람은 심장이 붙어 있는 가슴을 마음 자리라고 여겼다.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설렌다', '복장이 터진다' 등의 말은 모두 다 가슴을 마음 자리로 봤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래서일까? 유방이 가슴 한 복판에 붙어 있어선지 유방 질환 역시 마음의 병으로 보았다.

<동의보감>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부인이 근심하고 성내며 억울한 일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이면 젖 속에 자라 새끼나 바둑돌과 같은 멍울이 생긴다." 유방 질환을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으로 여긴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유방 질환을 치료한 예도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계속 읽어보자.

"어떤 부인이 나이 예순에 성질이 급하고 질투심이 많았다. 갑자기 왼쪽 유방에 바둑돌만한 멍울이 생겼는데 아프지는 않았다. 기를 통하게 하고, 혈을 잘 돌게 하고, 반드시 환자의 감정을 안정시켜야 낫는다. 이를 위해서 인삼을 달인 물에 기를 열어주는 청피와 생강즙을 복용시켰더니 곧 나았다."

경락을 염두에 둔 한의학의 설명도 비슷하다. 유방의 두드러진 살 부분을 지나가는 경락은 소화기를 뜻하는 위장 경락이고, 젖꼭지 부분을 통과하는 것은 간경락이다. 간은 스트레스가 야기하는 부작용을 막는 곳으로 여겨졌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는 이 간의 기를 막고, 이것이 젖꼭지의 간 경락에도 영향을 줘 유방 질환을 유발한다.

요즘 한방 일각에서 침으로 유방 성형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위장 경락을 자극하거나, 간·위장의 역할을 조정하는 충맥의 기점인 공손혈을 자극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충맥은 몸 안에서 여성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인데, 자궁-유방-뇌에 혈액을 공급한다.

경락이 단순히 기의 통로로 말해지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체 생명력인 원기의 통로다.생명력이라 하면 모호하지만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좀더 분명해진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고라니의 가지뿔은 높이가 3.6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뿔이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시용으로 커진 것이다. 생식을 위한 생명력이 엄청난 뿔로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바로 생명력이며 원기이다. 침구학이 이 원기를 이끌어 내는 방식은 간단하다. 찌르는 자극으로 신경계를 흥분시키면 면역이 이물질이라 규정하여 원기의 이동을 촉진한다. 마지막으로 호르몬이 에너지의 재분배를 완성하면서 이전의 평형상태로 돌아간다. 몸 안에서 에너지의 집중과 선택을 만드는 식이다.

▲ 서양 민들레에 밀려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토종 민들레. ⓒ프레시안
약물 중에는 이런 게 없을까? 한 일본 한의사가 쓴 책을 보니, 민들레 특히 흰민들레를 유방 질환의 특효약으로 적고 있다. 민들레 잎을 잘라보면 하얀 흰즙이 나오는데 유액과 비슷하다. 비슷한 기능의 식물이 비슷한 인체의 기능을 보충한다는 이류보류의 원리로 유선 관련 질환을 고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본초강목>, <동의보감>도 임산부의 젖앓이, 젖몸살을 치료하는 것으로 민들레를 추천한다. 구체적인 처방도 있다. 민들레의 한약명은 포공영이다. 처방에는 포공영, 산약, 당귀 향부자 목단피를 복용한다고 적고 있으며 남자가 마셔도 유방이 부풀어 오른다고 적고 있다. 사실 유방의 크기는 유선 조직과 지방 조직이 결정하는데 유선 조직의 발달을 촉진하는 민들레의 약효는 일면 솔깃한 측면이 있다.

민들레의 원래 이름은 일설에 문둘레이다. 문만 나서면 지천으로 피어 있어서 나온 명칭이다. 지금은 외래종에 밀려 개체수가 엄청나게 줄어 들었다. 일편단심 민들레란 말처럼 외래종의 꽃씨를 받아들이지 않는 고고함 탓에 개체수를 근근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외래종과 토종의 가장 큰 차이는 꽃받침에 있다. 토종은 꽃받침이 가지런히 위로 붙어 있는 반면 외래종은 밑으로 쳐져 있어 확연히 구분된다. 이글을 적고 나면 멸종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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