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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KBS를 이랜드로?

'정규직 전환' 코앞에서 잘린 KBS 비정규직, 집단 행동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속에 기간 제한 규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7월 1일을 앞두고 한국방송공사(KBS)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정규직 전환 의무를 피해 KBS가 422명의 비정규직을 계약 해지(해고)하거나 자회사로 이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여성 비정규직의 한 달 가까운 매장 점거를 불러왔던 이랜드와 똑같은 방식이다. 10년에서 길게는 20년 가까이 KBS 연봉 계약직으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잘릴 위기에 놓인 이들은 최근 '기간제 사원 협회'를 만들고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요구 사항은 정규직 전환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당연한 KBS의 의무다.

KBS는 이런 '비정규직 인력 운영 방안'을 오는 24일 이사회에서 보고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는 최근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 관련 논란의 한 가운데 있어 그 추이가 주목된다.

"공영방송 KBS, 이랜드와 똑같다…정규직 전환 대신 해고·간접고용化"

KBS가 조정하려고 하는 비정규직은 모두 422명이다. 영상 편집, 조명, 시청자 서비스, 안전 관리 등 다양한 분야게 걸쳐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2년 이상 KBS에서 같은 일을 해 온 연봉 계약직이라는 것. 현행법상 계약직 가운데 2년 이상 일한 사람의 경우 오는 7월 1일 이후부터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 의무가 발생한다.

그런데 KBS는 법 준수 대신 편법을 선택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KBS가 지난 5일 노사협의회에서 제출한 '비정규직 인력 운영 방안'에 따르면, 법대로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려는 인원은 고작 7명이다. 나머지 390명은 법 적용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자회사로 이관시켜 간접 고용 노동자로 만들거나, 아예 해고할 계획이다. 법 적용에서 예외되는 전문직종 및 고령자 32명과의 계약은 유지한다.

▲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 속에 기간 제한 규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7월 1일을 앞두고 한국방송공사(KBS)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정규직 전환 의무를 피해 KBS가 422명의 비정규직을 계약 해지(해고)하거나 자회사로 이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지난 1999년 7월 1일 KBS에 입사해 올해로 꼭 10년 동안 시청자 상담실에서 일해 온 홍미라 씨는 이 가운데 해고 예정자에 포함된 사람이다. 홍 씨는 "월급은 좀 적었지만 그동안 KBS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했는데 10년째 회사가 내게 주려는 선물이 너무 가혹하다"고 하소연했다.

홍 씨는 "허탈하고 침통하지만 KBS의 해고 계획이 비정규직법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 협회 활동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비정규법 개정되면? 그대로 2년간 계약 연장"

KBS의 이런 방안이 현행법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자체 방안에서 이미 드러난다. KBS는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2가지로 나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법이 통과되지 못해 2년 사용 기간 제도가 시행이 될 경우에는 위와 같이 해고 및 자회사 이전을 통해 법을 피해가고, 법이 개정이 될 경우에는 "재계약 대상자를 확대한다"는 것이 그 계획이다. KBS 경영개혁단장은 노조 측에 "인건비 문제로 전원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법이 4년으로 개정되면 이들을 일단 다시 2년 동안 재계약하고 통과가 안 되면 자르겠다는 얘기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사용 기간 연장 움직임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지금 전원 무기 계약직 전환 여력이 없는 KBS가 4년으로 연장돼 다시 효력이 발생하는 2011년이라고 여력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방안은 일단 확정된 계획은 아니다. KBS노조, 이들이 이관되는 계열사들도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자회사로 전환시키려던 인원을 120명에서 159명, 210명 등으로 확대하고, 무기계약직 전환자 수도 늘리는 것은 이런 반발 때문이다.

그러나 법 시행 전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7월에 계약 기간이 만료돼 정규직 전환이냐 해고냐를 결정지어야 하는 인력도 20여 명에 달한다. 이에 KBS는 오는 24일 이사회에서 최종 방안을 보고하고 통과시키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는 어디에 있나?"

KBS 측은 계약 해지 인원을 줄여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분위기지만, 당사자들은 해고나 자회사 이관이나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기간제사원협회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연 기자 회견에서 "자회사 이관이나 도급제로의 전환도 KBS 비정규직에서 해고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며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특히 KBS가 민간기업도 아닌 공기업임을 강조했다. "공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들에게는 연중기획으로 '일자리가 희망이다'는 방송을 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어떤 대화나 합의의 노력조차 없이 대량해고를 추진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는 시청자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 이들은 KBS가 민간기업도 아닌 공기업임을 강조했다. "공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은 "512일의 장기 파업을 불러온 이랜드야 민간 유통 자본이고 박성수 회장이 워낙 '악질 사업주'이니 법을 빌미로 비정규직을 해고할 수 있다 치더라도 '국민의 방송'을 자임하는 KBS가 자기 식구를 가지 치듯 내치는 것을 보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사원협회의 김효숙 회장도 "처음은 허탈함과 배신감이 컸지만 지금은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며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KBS에서 일했던 우리는 더 조건이 좋은 편인데 우리마저 지면 다른 비정규직은 희망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법대로 정규직 전환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KBS 측에 "일단 이 문제를 놓고 대화라도 해보자"고 함께 요구했다.

김효숙 회장은 "현재 해고를 앞둔 사람들도 그 어떤 공식 통보도 받지 못하고 주변의 말로 자신이 잘린다는 사실을 듣고 있다"며 "KBS 경영진이 당사자를 포함해 KBS 구성원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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