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숨어있는 1인치가 있다.
검찰총장 내정자와 국세청장 내정자 모두 충청 출신이다. 한 사람은 충남 논산 출신이고, 또 한 사람은 충남 보령 출신이다.
4대 권력기관장이 영남 일색이라는 그간의 비판을 의식한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 '영남 탈피'의 대안이 '충청 일색'이어야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숨어있는 1인치를 불러내는 리모컨은 여론조사다. 여론조사 결과에 담긴 충청 민심이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13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각각 30.4%와 24.3%였다(여의도연구소는 다른 여론조사기관과는 달리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지지율을 나누지 않는다). 이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은 큰소리를 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곤두박질쳤던 한나라당 지지율이 다시 회복됐다고 했고, '서거정국'은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뒷맛이 남았다. 다른 지역에서 회복세를 보인 반면 두 지역에서는 여전히 고전중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호남권과 충청권이다. 호남권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7.9%였던 반면 민주당은 48.8%였고,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22.4%였던 반면 민주당은 25.5%였다. 특히 충북지역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한나라당으로선 달가울 리 없는 현상이다. 이런 민심이 굳어지면 '여동야서'의 전통적인 지역분할구도가 재연된다. 충청권 민심이 굳어진 상태에서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수도권 민심이 가세하면 한나라당이 '동쪽'으로 유폐된다. 반면에 한나라당이 수도권을 다독이면서 충청권에서 지지율 역전에 성공하면 민주당을 호남에 가둘 수 있다.
승부처는 내년 지방선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장악하는 당이 기세를 잡게 된다. 현재의 민심 흐름으로 볼 때 수도권에서 지난해 총선과 같은 '압승' 구도가 재연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청권은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공산이 크다(자유선진당이란 변수가 있긴 하지만 최근 추세는 약세다. 게다가 충북지역에선 더더욱 힘이 없다).
희망은 있다. 단면은 부정적이지만 흐름은 긍정적이다. 지난 13일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선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3%포인트 뒤졌지만, 5월 30일 '한겨레'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한나라당이 9%포인트를 만회했다(한나라당 13.3%-민주당33.4%). '한 방'만 있으면 된다. '스트레이트' 한 방만 날리면 이 흐름에 탄력을 붙일 수 있다.
MB인사는 이 맥락에서 나왔다. 충청권 민심이 한나라당에 어정쩡하게 등을 돌린 상태에서 충청 출신 인사를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MB본색'에다가 '정치본색'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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