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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정말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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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정말 어찌할 것인가?

[기고] "검찰개혁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

요즘 대한민국 검찰은 너무나 바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검찰의 할 일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회적 이슈가 불거진 곳이면 검찰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근래 검찰의 활약이 또렷이 새겨진 대형 사건들을 대략 일별해 보면 촛불집회, KBS 사태, 언소주 등의 소비자 운동, 미네르바 사건, 용산철거민 사망사건, 박연차 게이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PD수첩〉수사 등이 있다.

문제는 최소한의 상식과 균형감각을 갖춘 시민들이 보기에 위에서 열거된 사건들 가운데 검찰권의 행사, 즉 수사와 기소가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건들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한나라당, 검찰, 조·중·동 등 과점신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불편부당하고 공명정대한 검찰은 어디에 있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 무엇보다 불편부당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검찰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불편부당이나 공명정대의 반대편에 검찰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건희 일가의 불법적인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사건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된 BBK사건 등의 처리에는 신중하기 그지없던 데다 검찰권 행사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던 검찰이 KBS사태나 〈PD수첩〉수사에서는 기민하기 이를 데 없이 움직이면서 남용의 혐의가 짙은 수준의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하는 최소한의 균형감각 조차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건희 일가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은 연 매출 200조 원에 이르는 재벌그룹의 경영권을 고작 16억 원의 증여세만 내고 아들에게 승계하려는 사건으로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 법치주의 및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범법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데 보인 행태는 좌고우면(左顧右眄)이라는 말이 더 없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검찰에 이어 대법원도 이건희 일가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해 검찰이 보인 행태도 미심쩍다. '죽은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먼지털기 방식의 수사를 통해 굴비 엮듯 구속과 기소를 일삼던 검찰이 청와대 참모 출신인 추부길 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 한 로비에 대해 일찌감치 실패한 로비로 규정했다. 이를 두고 공정한 수사와 기소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참여정부 안희정 씨를 비롯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기소하던 검찰의 기개와 강단은 정권이 바뀜과 동시에 자취도 없이 사라진 것 같다.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검찰권 행사의 백미(白眉)는 역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였다. 고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금품 수수혐의와 관련해 검찰은 헌법상의 무죄추정원칙이나 형법상의 피의사실공표금지원칙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검찰과 보수 언론이 공동으로 벌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사실상의 인격살해는 대한민국 검찰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만약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확신과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를 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검찰은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친 후에도 한 달 가량 시간을 끌며 사건 처리를 미뤘고, 이미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고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검찰의 처사를 더는 견딜 수 없어 자살을 선택했다.

진정 놀라운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전직, 그것도 직전 대통령 자살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당당하고 태연했다는 사실이다.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목적과 방법 모두 정당했고 따라서 검찰이 잘못한 것은 전혀 없다는 게 검찰의 공식입장이고, 검찰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이견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쯤되면 대한민국 검찰에 반성할 능력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능력이 없다고 평가해도 크게 무리가 아닐 성 싶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PD수첩〉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를 하면서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졸렬함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혹시 검찰은 이명박 정부나 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일체의 언론비판을 검찰권이라는 수단을 통해 위하(威嚇)하려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검찰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 검찰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에는 상명하복의 검찰문화, 지나치게 막강하면서도 이렇다 할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구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평가시스템 등의 원인이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스스로의 개혁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지금 외부로부터의 검찰 개혁을 차근차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검찰 개혁의 첫 단추는 먼저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예컨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이 고위공직자, 정치인, 기업인 등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전담하는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켜 검찰은 기소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사건의 수사권은 경찰이, 특수사건의 수사권은 제3의 기구가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이다.

상명하복의 검찰문화를 이완시키기 위해서는 아쉬운 대로 법조일원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방법을 검토해 봄직하다. 아울러 검사 등에 대한 인사권을 외부의 독립적인 인사위원회에 전속시켜 정치검찰이 발호하는 것을 억제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에서 열거한 대안들 역시 적지 않은 단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검찰을 그대로 두는 것 보다는 위에서 열거한 대안들을 비롯해 검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강구해 시행하는 것이 비용 대비 편익이 훨씬 크다. 검찰에 제 자리를 찾아주지 않고는 민주주의도, 법치주의도, 시장경제도 퇴행할 수밖에 없음을 검찰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특히 21일 대표적인 '공안통'인 천성관(52·사법시험 22회)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현 시점에서 검찰 내부의 개혁 추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까워졌다고 보여진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권력과 정책 추진을 위해 검찰을 동원하겠다는 의지 역시 재확인된 셈이다. 국민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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