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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만이라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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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만이라도 해라"

[人 스테이지] 트러스트무용단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 김윤규 연출을 만나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온 듯한 지난 6월 18일(목), 트러스트무용단 김윤규 대표와 아르코예술극장 내 위치한 조용한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는 오는 7월 초 자신이 직접 연출한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이하 데칼로그)'를 동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데칼로그'는 기독교의 십계명 중 '살인하지 말라'라는 여섯 번째 계율을 테마로 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 역시 데칼로그(decalogue). 그리스어로 '십계명'이라는 뜻이다.

▲ 트러스트무용단의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 공연 중 ⓒ뉴스테이지

많고 많은 주제 중에 왜 하필 '십계명'으로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일까. 문득 김 연출의 종교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대뜸 "김 연출님 종교가 어떻게 되세요?"하고 물으니, 그는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대답한다. 필시 이 작품을 종교라는 작은 틀 안에 가둬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교회는 다니는데, 아무도 저를 기독교인으로 안보는 것 같아요(웃음)."

▲ 김윤규 연출 ⓒ프레시안
두상이 훤히 드러난 빡빡 머리, 김 연출에 대한 첫 인상이다. 사실 얼마 전 공연됐던 '즉흥춤축제'의 무대에서도 그의 굵직한 생김새는 다른 무용수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아마 스타일에서 풍기는 강인한 느낌이 그를 '기독교인 같지 않은 기독교인'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리라.

김 연출은 지난 2003년, '살인하지 말라'라는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이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자유분방해 보이는 그의 외양과는 달리 꽤나 직접적이고 단호한 메시지다. "이 작품을 창작할 당시가 9.11테러 이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였어요. 미국군이 바그다드(Baghdad∙이라크의 수도)에 폭탄을 떨어뜨리기 직전이었죠. 그때 춤으로써 이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중 십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라는 계율이 떠오르더군요." 제목이 직접적으로 시사하듯 김 연출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이 작품을 창작했다고 한다.

이번에 공연될'데칼로그'는 2003년 초연작을 대거 수정, 보완해 아르코예술극장 공동기획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약 6년이라는 세월이 축약된 '데칼로그'는 소극장 공연에서 대극장 공연으로 대규모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김 연출은 이번 공연 역시 소극장에서처럼, 배우와 관객 사이의 깊은 교감을 끌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극장과 소극장은 표현방식이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장면과 장면의 시간을 조정하거나, 극을 조금 더 과장되게 만들기도 하고, 한 번 얘기 했던 부분을 두세 번 반복해 보여주면서 작품의 강조점들을 부각시켰어요."

더불어 김 연출은 국악기로 구성된 음악을 수정해 기타, 건반 등 흔히 볼 수 있는 악기를 이용, 관객과의 친밀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또한'소리와 몸의 결합'은 이번 '데칼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작품특징이다. 특히 '소리'에 대한 김 연출의 고집은 하나의 작품 철학을 이룰 정도. "대극장 공연에서 녹음된 CD 음악을 틀어버리면 무대와 객석의 호흡이 단절되는 것 같아요.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의 강약, 길이 등이 무대와 객석을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서 큰 극장일수록 라이브 밴드가 중요하죠." 즉 라이브 밴드의 즉흥성이 무대와 객석의 소통을 돕는데 주 장치로 활용된다는 이야기다.

뒤이어 '소리와 몸의 결합'을 강조하는 김 연출의 설명이 일품이다. "들리는 춤, 보이는 소리를 만들고 싶어요. 국악 연주도 연주하는 모습이 그 소리와 일치할 때 보는 사람들은 더 깊은 감동을 받잖아요. 또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음색에 맞게 지휘할 때 그 지휘하는 모습만 봐도 음악이 들리는 기분처럼 말이죠. 이처럼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내는 소리만 들어도 동작이 보이고, 동작만 봐도 소리가 들리는 춤, 그런 춤을 추고 싶어요. 이러한 고민들이 이번 '데칼로그'에서 많이 표현될 예정이에요."

▲ 김윤규 연출 ⓒ뉴스테이지
'데칼로그'는 인류의 첫 번째 살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성경에서는 동생 아벨을 죽였던 카인의 살인이 인류 최초의 살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작품은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기까지의 과정을 첫 번째 살인으로 해석했죠."그의 작품에서 '살인'은 비단 육체적인 살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칼로그' 속 살인은 육체를 넘어 정신의 죽음까지도 살인의 한 범주로 분류하고 있는 것. "살인은 단절되고 끊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의 자유를 얻기 위해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된 것, 그것 역시 하나의 살인이라는 의미죠."

김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을 꿈꾼다"고 전했다. "십계명을 보면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등 계속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십계명의 모든 계율을 단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해요. 하나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이고 나머지는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거죠. 결국 이 두 가지만이라도'해라'라는 거거든요. 특히 요즘은 찔러서 죽이는 살인도 너무 많지만 말로 죽이는 살인, 무관심으로 죽이는 살인 등등 그 양태도 무척 다양한 살인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것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죠. 이러한 세상 속에 탄생된 작품 '데칼로그'가 관계의 죽음을 돌이켜보고 그것을 회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데칼로그'는 2003년 초연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우수레퍼토리로 선정, 사후 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2004년 서울에서의 앵콜 공연과 부산, 거제 등 지역을 순회하며 관객과 평단의 잇따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009년 새롭게 선보이는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는 오는 7월 1일부터 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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