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손에 든 한 무리의 젊은 여성들이 지나가면서 살펴보다가 "근데, 자사고가 뭐지?" 라며 지나가면서 소근거렸다. 순간 '자사고를 모르다니, 자율형 사립고라고 풀어쓰면 알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물어보거나 휙 지나가지 않았으면 '자율형사립고가 현재의 공교육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1000만 원이 넘는 등록금,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귀족학교'라고 자세히 설명하며, '그래서 절대 안 된다'고 말할텐데…….
한편 드는 생각이 직접 당사자가 아니면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과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쉽게 다가가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것이었다.
▲ 일말의 기대도 10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능력이 될 때 가능한 일이다. 행여 자녀가 입학해도 자율형 사립고가 그 기대를 채워줄지 그것도 의문이다. ⓒ뉴시스 |
학부모로서 자율형 사립고를 반대하는 이유
학부모들 중에는 막연하게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대학입시에 일반고보다 훨씬 유리하고 그 유리한 문이 기존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 진학보다 조금 더 넓어져서 자신의 자녀도 혹시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하는 이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일말의 기대도 10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능력이 될 때 가능한 일이다. 행여 자녀가 입학해도 자율형 사립고가 그 기대를 채워줄지 그것도 의문이다. 2부 리그의 무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을 다그치며 살아남아야 그 기대치가 충족되니까 말이다.
이제 학교는 자립형사립고,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선택받은 일반고, 일반고로 서열이 생긴다. 더구나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어릴 때부터 사교육비를 얼마나 투자했느냐에 따라 서열이 나누어지는 구조이니,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또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부모의 자괴감은 어떻겠나. 이런데도 정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인 양 생색을 내고 있다.
사교육비 폭등은 또 어떤가.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에서 현재 확대 실시되는 입학사정관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특목고, 자사고 준비에 더 열을 올린다. 고등학교에서 입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렇게 되면 수시든 특별전형이든 입학사정관제든 상관이 없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입시 준비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지니까.
아이들은 또 어떤 지경인가. 0교시부터 밤 10시까지 삭막한 교실에 갇혀 공부하다 그것도 모자라 야간 학원수업까지 하고 파김치가 되어서야 집에 와서 잠만 자고 학교에 가는 기계적인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또 일류, 이류, 삼류 인생으로 나뉘어 서로 융화되지 못한다. 지금도 외고 근처에 사는 일반고 학생은 바로 가까운 길을 놓아두고 자존심 때문에 멀리 돌아서 학교에 간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서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꼴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신청 자체부터 기준이 미달된 학교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으로 설립될 가능성이 크고, 준비 과정이나 여론수렴 과정 없이 졸속으로 밀어 붙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우려보다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이렇게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면 공교육은 파괴될 것이고 현장에 끼칠 파장과 되돌릴 사회적 비용 또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불을 보듯 뻔한 잘못된 길을 정부가 앞장서서 밀어붙이고 있는데 어찌 학부모가 나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1인 시위에 선 것이다.
정부는 경쟁과 차별 교육으로 사회 분열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것처럼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보통교육 과정을 받고 싶다.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더 이상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학부모들이 주머니를 털어가며 힘들게 하도록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귀족학교, 학교서열화를 강행하는 정부와 서울시교육청과 일부 사학에 다시 한 번 강력히 항의한다. 여론수렴을 하지 않고 강행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이제 학부모들이 나서서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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