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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가 현실이 된다면…'절망' 또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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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가 현실이 된다면…'절망' 또 '절망'"

[왜 나는 자율형 사립고를 반대하는가 ①]

이명박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 설립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자율형 사립고 전환 신청을 받고,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30개 학교가 지정돼 2010년 3월 개교하는데 이어 2011년까지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가 설립될 예정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준다며 정부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등록금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했다. 신청한 학교들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보면, 등록금이 대폭 오를 것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여기에다 교육 과정 편성의 자율성과 학생 선발의 자유까지 '자율'의 폭이 점차 확대된다면 영락없이 '입시를 위한 귀족 학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공교육살리기연석회의, 교육개혁시민운동, 범국민교육연대,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등 교육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자율형 사립고 대응 공동행동'은 지난 15일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있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자율형 사립고 설립 중단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인 시위에 참여하는 교육단체 대표자들이 '자율형 사립고 설립'의 부당성을 알리는 연속 기고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편집자
>

최근 정부의 자율형 사립고 추진 과정을 보면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을 이렇게 불도저식으로 강행해도 되는지 나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자율형 사립학교에 대한 논쟁은 이미 2002년 정리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고교 다양화', '사학의 자율성 제고'란 명분으로 2002년부터 자립형 사립고 6개를 지정해 시범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미 1차 시범운영 평가 결과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더 이상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시키지 않고, 해당 학교의 시범운영 기간만 연장해놓은 상태이다.

교과부는 교육정책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또 변경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며, 따라서 새로운 교육정책을 시행하려면 시범운영 등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한번 설립되면 폐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새로운 학교형태를 설립하는 문제의 경우 정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자립형 사립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확대를 보류한 교과부가 자립형 사립고와 동일한, 아니 오히려 25%에 이르렀던 재단전입금 비율만 5%로 축소해 학부모 교육비 부담만 증가시킬 자율형 사립고를, 아무런 검토과정 없이 갑자기 수십개 씩 만들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교육희망

교과부가 스스로 부정했던 일을 이렇게 갑자기 밀어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공약이기 때문에 밀어붙인다면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교육 정책이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백년지대계가 되어야 할 교육정책이, 특히 새로운 학교 설립 정책이 이렇게 정치에 휘둘려 졸속으로 시행되는 것은 정말 망국적인 일이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피해와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과 교육자, 그리고 후대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상식적인 수준의 논의나 검토조차 없이 졸속 시행되는 자율형 사립고 설립 정책에 반대한다.

자율형 사립고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사실상 귀족학교가 되어 교육양극화를 부추기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는 데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시범운영 중인 자립형 사립고에서 학생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기숙사 비용을 포함해 연간 최대 1500만원에 이르고 있는 바, 자율형 사립고도 이에 버금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 학교가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하는 귀족학교와 유사한 학교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20%의 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한다지만, 등록금을 면제받는다고 각종 부대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 그것을 부담할 수 있다고 해서, 부유한 학생들이 형성하는 학교문화에 따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자율형 사립고는 귀족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부유층을 위한 부유층의 학교는 교육양극화를 극심하게 확인해주면서 고교시절부터 아이들을 부자 학교 아이들과 서민학교 아이들로 나뉘게 해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한다.

▲ 지난 15일 교육단체들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자율형 사립고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사진은 퍼포먼스 장면. ⓒ교육희망
뿐만 아니라, 부유층의 동종교배 교육을 부추겨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서로 다른 계급, 계층, 인종,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이 교육적으로 보다 낳은 성과를 낳는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입증된 교육철학이며, 민주사회의 보편적 원리이기도 하다. 세계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소수인종 입학 특례, 장애인 통합교육 등은 이런 철학과 교육원리를 말해준다. 그런데, 부유층을 위한 부유층의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자율형 사립고의 폐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율형 사립고는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 병페인 망국적인 입시경쟁 교육을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다. 어떤 방식의 선발제도를 택하건 자율형 사립고에 들어가기 위한 중학교 입시경쟁교육이 기승을 부릴 것이며, 자율형 사립고의 입시중심 학교운영은 모든 고교에 입시중심 학교운영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립형 사립고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자율형 사립고 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학생들의 사교육도 기승을 부려 전체적으로 입시경쟁 교육과 사교육을 부풀리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결국 자율형 사립고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장밋빛 학교'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교육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망국적인 입시경쟁교육만 부추기는 '절망의 학교'가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자율형사립고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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