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앞으로 우리 경제는 개선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국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의 진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창립 59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에 대해 지적하면서 결코 밝지만은 않은 전망을 밝혔다.
이 총재는 "먼저 세계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주요국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정리가 지연되면서 국제금융시장 정상화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국발 위기설'이 제기되는 등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져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고 물가안정을 저해할 우려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배럴당 140달러를 넘는 수준의 초고유가는 아니지만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70달러 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총재는 "이 밖에 북핵 문제와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도 잠재해 있다"고 '북한 변수'를 불안 요인의 하나로 꼽았다.
이어 이 총재는 하반기 경제운용에 대해 "우선 내수기반 확충에 계속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경제 전망에 비추어 당분간은 우리나라 수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고용사정 악화는 민간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한편 설비투자 부진과 함께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과 경제의 해외충격 대응력 강화를 도모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경제가 위기의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부실기업의 정리가 늦어질 경우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금융시장이 조기에 정상화되기 어렵고 우리 경제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여건이 호전되더라도 금융기관이 지나친 자산확대 경쟁에 나서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를 확고히 하기 위한 노력으로 단기외채 의존도를 낮추는 가운데 해외자본의 대규모 유출입에 따른 시장불안의 소지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위기상황에 대응한 그간의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빠르게 늘어난 단기 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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