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 "올해 상반기 중 경제활동을 이만큼 유지한 것도 과감한 정책의 결과가 작용한 것이어서 하반기 이후 경제활동이 계속 호전되어 갈 거라고 자신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작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는 급속히 추락했으나 2월부터 5월까지 더 내려가지 않았다"며 "경기가 지금 급속한 하락세는 끝난 것 같은데 앞으로 치고 올라갈지에 대해선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점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이후 경기하락이 멈춘 것이 경제상황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것이므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이다. 그는 "경기가 바닥이라는 것은 해석하는 사람마다 다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하반기의 경기호전을 말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경상수지 흑자폭의 축소'를 지적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경상수지가 중요한데 앞으로 환율효과도 줄어들어 경상수지가 지난 몇 달 같은 큰 폭의 흑자를 계속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까지 누적흑자가 145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이 원화약세라는 '환율효과'가 컸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하반기 환율이 안정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
이 총재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경제활동은 아직도 부진하며 단기간 내에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세계경제에 조금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시장을 통해 기업이나 가계도 비교적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신용위험은 아직도 남아있다"며 "단기성 자금의 증가율이 높은 것도 아직 경제상황에 대해 가계.기업의 경계 심리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단기 부동자금의 증가 등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상승 움직임에 대해 그는 "최근 2∼3개월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크게 염려한 방향으로 확산된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아직 투기 열풍 등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그러나 움직임이 사그라진 것도 아니어서 부동산 가격은 계속 관심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6월 기준금리를 연 2.0%로 동결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0월부터 매달 인하해 지난 2월에는 2.0%까지 낮췄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 쪽에서 위험도가 다소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은 전체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 쪽이 맞겠다는 게 한국은행의 입장"이라고 밝혀, 당분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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