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실태조사를 받게 된 계열사에 관련 문서의 파기 및 조작을 지시하는 수법으로 조사를 방해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공정위가 20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및 조사방해를 지시한 삼성전자의 간부 2명에게 각각 2000만 원씩 모두 6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사전 대책회의 통해 관련 서류 조작**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부터 29일까지 삼성전자의 계열사이자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세메스 등 12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당 납품단가 인하행위 등 하도급거래 직권 실태조사'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조사방해 행위를 저질렀다.
삼성전자는 특히 세메스의 하도급 단가의 부당 인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의 김 모 부장과 이 모 과장은 공정위가 세메스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가기 4일 전에 세메스의 김 모 과장 등과 사전점검 회의를 가졌으며, 이 회의에서 세메스가 하도급 업체의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낮게 결정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단가합의서 등 관련 서류를 수정하거나 조작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계열사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직접 개입했으므로 사실상 삼성전자가 위법행위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무력화시킬 정도의 상세 내부지침도 마련**
공정위는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지난 2000년에 부당 내부거래 등에 관한 공정위의 조사에 대비해 '점검 및 확인 요망사항'이라는 문건을 작성했으며, 이 문건을 이번에도 사전대비의 기준으로 활용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는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에 △싱글(삼성그룹 전산망) 가동을 중지할 것 △조직도와 부서별 업무분장표를 삭제할 것 △문서파일 박스를 정리하고 필요시 이관할 것 △공개하기가 거북하거나 주의가 요망되는 곳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찰을 부착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지침이 명기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사 자체를 아예 불가능하게 하고 공정위의 조사권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며 "이번과 같은 조사방해 행위는 지금까지 선례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조사방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번 공정위 발표에 대해 "부과된 과태료를 납부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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