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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댓글'에 밀려드는 이 갑갑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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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댓글'에 밀려드는 이 갑갑증은…

[김종배의 it] "아빠,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는 왜 자살했어요?"

1.

어제 퇴근길에 집근처 공설운동장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잖아도 꼭 가봐야지 하면서도 가보지 못한 것에 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저녁 10시정도 되더군요. 아이들(두 딸이 있습니다. 10살, 9살)이 아직 안 자고 있길래 "아빠,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분향소에 갈 건데, 같이 갈래?" 하는 말에 아이들은 "아빠 같이 가요"….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타고 갔습니다. 가는 도중에 딸아이가 묻더군요. "아빠,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왜 자살했어요?" 순간 망설여졌습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 이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런데 무책임하게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현실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향소에 도착하여 아이들과 함께 꽃을 놓으며 잠시 묵념을 하고 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영상을 아이들과 잠시 보았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말없이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5월 27일, 제 블로그 방명록에 올라온 글입니다. 한 방문객이 남긴 글입니다.

머리가 '띵' 했습니다. 한 구절에 시선을 꽂은 채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아빠,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왜 자살했어요?" 라는 딸아이의 질문에 아무 설명도 할 수 없었던 그 분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헤아릴수록 갑갑증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2.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역사입니다. 대한민국 역사는 물론 전 세계 역사를 통틀어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입니다. 남을 겁니다. 몇 년, 아니 몇 십 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아픈 역사로 남게 될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교육입니다. 물어볼 겁니다. 우리의 자식 또는 우리의 손자가 물어볼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왜 자살했어요?"란 질문을 던질 겁니다.

어떤 기록을 보여줘야 할까요?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요?

정부와 검찰의 정치보복성 먼지털이식 수사 때문에 서거한 것이라고 가르치면 될까요? 아니면 포괄적 뇌물죄 혐의와 친인척 비리에 수치감을 느껴 자살한 것이라고 가르치면 될까요?

ⓒ뉴시스
3.

아무 것도 알지 못합니다. 거대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먼지만 쌓이고 '옥'과 '석'은 여전히 땅 속에 뒤엉켜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받을 만한 행위를 했는지, 다시 말해 재임 중에 금품이 오간 사실을 알고도 두 눈 질끈 감았는지는 영영 알 수가 없습니다. 검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고, 지금까지 수사한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석 달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톱뉴스를 장식했던 숱한 조각 정보들도 사실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권양숙 씨가 받은 돈이 100만 달러인지 140만 달러인지, 노정연 씨가 미국 주택 계약서를 찢었는지 아닌지, 1억짜리 명품 시계가 논두렁에 버려졌는지 아닌지, 그 어느 것 하나 '공식적으로'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뒷전이고 정치만 창궐합니다. 기록은 팽개치고 주장만 쏟아냅니다.

언론은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로 나뉘어 싸움을 벌입니다. 국회를 열어 검찰 수사자료를 파헤쳐야 할 정치권은 집안싸움에 공방전만 벌입니다. 검찰총장은 '노무현 수사'는 정당했다고 강변하는 한편 '수사 외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해석의 여지를 남긴 채 유유히 떠나갑니다.

이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갑니다. 더불어 '진실'은 속절없이 묻혀갑니다.

4.

먼 훗날의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과거'가 돼 버린 노무현 수사를 놓고 핏대를 세울 겁니다. 정파와 이념과 세력으로 편을 갈라 삿대질을 할 겁니다. 각자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제 맘대로 '과거사'를 재단하면서 멱살잡이를 할 겁니다. 그러면서 '정사'는 파묻히고 '야사'가 득세할 겁니다.

우리의 자식과 손자는 또 헷갈리겠지요.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를 헤아리기 전에 삿대질과 멱살잡이에 환멸을 느껴 도리질을 할 겁니다. 정치권과 언론계의 행태에 염증을 느껴 진실을 갈구하는 마음을 접을 겁니다.

이렇게 역사는 퇴색해 가고 교육은 피멍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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