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쇄신은 유행어가 됐다. 한나라당 안에서 쇄신 논의가 물꼬를 트면서 국정쇄신이란 단어는 감초가 돼 버렸다.
국정쇄신이란 체언에 붙이는 용언은 찬란하다. 어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쏟아진 말들만 봐도 그렇다.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처럼 비춰진 측면은 분명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 "기업을 위해 20조원이 넘는 감세를 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부자정권이 아니라고 하겠느냐"라는 주장, "무엇보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한다"는 주장이 속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모습이 이반된 민심의 핵심"이라는 주장, "국민의 관심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라는 주장도 도열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쇄신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결기가 이 정도인데 어떻게 '악법' 논란을 빚는 MB입법에 거수기로 동원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일방통행식 의정의 방임자로 짓눌릴 수 있겠는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멍석은 이미 깔렸다.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강제적 당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쇄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쇄신안을 따르면 된다. '강제적 당론'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의 받침대였음을 통찰하고 '강제적 당론 금지' 멍석 위에서 쇄신의 몸짓을 맘껏 펼치면 된다.
멀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쇄신 의지가 소신 투표로 이어져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 날이 멀지 않았다. 6월 국회가 열리는 날이 바로 그 날이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필(必) 처리법안을 선정했다. 민심과의 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미디어법,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금산분리완화법, '서민들을 위한 정책'의 시금석이 될 비정규직법 등을 필 처리법안에 포함시켰다. 필 처리법안이란 이름으로 '강제적 당론'을 관철시킬 태세를 갖췄다.
반대할 것이다. 국정쇄신을 외치는 기개로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미디어법은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아 독선적 국정운영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고, 금산분리법은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극소수 재벌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며, 비정규직법은 '서민들을 더욱 못 살게 구는 정책'이라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행여 원내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하면 그건 '강제적 당론'이라고 손사래 치고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의 자율성을 짓밟는 독선적 의정운영이라고 도리질 할 것이 분명하다.
역시 보기 나름이다. 만발한 기대감으로 바라보니 새롭게 보인다.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개를 보다보니 국정쇄신의 지름길이 포착된다. 굳이 요구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국정은 의정이 담보돼야 이뤄지는 일, 국정을 쇄신하고 싶으면 의정을 쇄신하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독선적이라면 의정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면 된다. 의정에서부터 소통을 구현하면서 민심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정말 기대된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6월 국회가 개봉되면 알게 된다. 한나라당 쇄신 주장의 작품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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