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달 3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 철거는 기동단장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박화진 감찰담당관은 4일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분향소 천막을 철거해 물의를 야기한 책임을 물어 1기동단장인 황모 총경을 경고하고 지휘 책임이 있는 서울청 기동본부장 장모 경무관에게는 주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박 담당관은 "주상용 서울청장 등 지휘부는 지난달 28일 사전 대책 회의에서 '분향소 시설물은 손대지 마라'고 언급하는 등 유연하게 현장을 관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서울경찰청 차원의 계획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일부 의경들이 작전 지역 구역을 벗어나 일어난 일"이라며 "고의는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지만, 지휘가 이뤄진 현장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는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다.
"주상용 청장 등 CCTV 보고 있었다"…논란 계속될 듯
책임 공방 소지는 여전하다. 철거 당시 주상용 청장 등 지휘부는 서울경찰청 경비대책실에서 CCTV를 통해 현장을 보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무전망 교신 내용을 분석한 경찰은 "당시 지휘부가 대한문 앞에 경찰력이 보여 있는 것을 보고 '(전·의경들을) 빨리 빼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장 기동본부장은 병력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대한문 앞으로 이동할 때 황모 총경에게 "도로상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올려라", "대한문 쪽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황 총경은 작전을 수행하면서 분향소 천막을 철거했다.
경찰은 황 총경이 조사에서 "분향소 천막이 일반인의 통행에 불편을 줄 수 있고 국민장 영결식이 전날 자정 끝났다는 생각에 분향소 천막을 철거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분향소 철거 뒤 장 경무관에게 "대한문 쪽 확보했다", "천막을 철거했다"고 보고했고, 장 경무관은 간단히 "알았다"라고만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관실은 "분향소가 철거된 것을 알게 된 이후의 경찰 수뇌부와 현장 지휘관들의 반응, 이에 따른 대처 등 사후 상황에 대해서는 조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따로 알아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담당관은 "당시에는 대한문 앞보다 서울광장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작전 내용이었기 때문에 대한문 앞 상황은 크게 신경 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0일 새벽 경찰은 전날 노 전 대통령 영결식과 노제가 끝난 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여 있는 시민을 강제 해산했다.
강희락 "집회 성격 따라 광장 봉쇄 판단하겠다"
한편, 이날 강희락 경찰청장은 앞으로도 서울광장 봉쇄 가능성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희락 청장은 경기경찰청을 초도순시하며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집회를 여는 시위 주최측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인가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를 하다보면 정치 집회화 할 수 있고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면 도로까지 깔고 앉아 불법·폭력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면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경찰은 노제가 열린 29일을 제외하고 줄곧 4000여 평의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싸고 봉쇄해왔다. 경찰은 4일 새벽에야 이를 철수했다. 강희락 청장은 "분향소를 찾는 인원이 확 줄어 위험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철거했다"며 "서울시 행사는 열 수 있도록 평소에는 개방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청장은 대한문 분향소 강제철거 논란을 두고 "차벽을 해제하라고 지시했는데 1기동단장이 (분향소 부근도) 같이 철거하는 것으로 보고 병력을 투입했다고 보고받았다"며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에게 엄중하게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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