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둘째 주 주말에 대전에서 열린 화물연대 시위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수많은 시위대가 죽창을 휘두르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돼 한국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며 엄정한 대처를 지시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글로벌 시대에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후진성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글로벌 사회에서 한 국가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그 국가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전 화물연대 시위는 최소한 미국 언론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국 언론들이 화물연대 시위를 뉴스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화물연대의 시위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가 대통령이 걱정할 만큼 많이 손상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사건은 많은 미국 언론들이 한 두 차례 이상 보도하고 있다.
▲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전 화물연대 시위는 최소한 미국 언론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국 언론들이 화물연대 시위를 뉴스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미국의 대표 신문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는 깨끗한 정부의 상징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뇌물 수여 조사로 인해 자살했다고 소개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한국이 온통 슬픔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미국 언론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 내용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현 정부와 검찰의 혹독하고 무리한 밀어붙이기식 조사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국가 이미지 실추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그토록 걱정하는 국가 이미지가 정부와 검찰에 의해 추락하는 꼴이다.
미국 언론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한국 국민들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 노 전 대통령을 자살에 이르게 한 원인,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한국 검찰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고 소개하면서 그 슬픔이 점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 부패한 가족이라는 혹독한 비난을 퍼부은 한국 검찰과 보수 언론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이 정부의 대한 비난과 전국적인 슬픔을 몰고 왔다고 보도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관련 수사에 깊은 관련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한 많은 조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 지침을 주었거나 아니면 최소한 수사를 독려했다며 이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사건은 앞으로 이명박 정부에 정치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덕수궁 분향소에 모인 수많은 추모객들이 역대 대통령들과 정치인들이 받은 뇌물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뇌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너무 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추모객들은 지난해 퇴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과 보수 언론들이 뇌물 수수 문제로 잔혹하게 괴롭혔고,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 <뉴욕타임스>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이 정부의 대한 비난과 전국적인 슬픔을 몰고 왔다고 보도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관련 수사에 깊은 관련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레시안 |
미국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에 대해 한국 정치의 부정적인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한국 정부와 검찰의 무리한 밀어붙이기식 수사가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다고 보도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언론은 이번 사건 보도를 통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 간의 소통이 얼마나 안 되고 있으며 정부와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반감이 얼마나 큰지를 적나라하게 조명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언론의 이러한 보도가 국가 이미지 실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뻔한 일이다. 국가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시위에 대한 비판에 앞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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