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이미 연재 중인 '문화, 우주를 만나다'에 이어 '별, 시를 만나다'를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진 <이야진(IYAZINE)>과 공동으로 연재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50인이 별, 우주를 소재로 한 신작시 50편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선보인다. 매번 첨부될 시인의 '시작 노트'와 천문학자 이명현 교수(IYA2009 한국조직위원회 문화분과 위원장·연세대 천문대)의 감상은 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
오즈마 캐피탈
그 별에는 수십억의 얼굴이 살아요. 모두 백 년 안팎으로 모인 얼굴인데, 살아요. 머리맡에는 흙으로 만든 태양이 쟁글쟁글 얼굴을 달구고요. 입들은 모두 빵 굽기에 알맞은 온도로 벌어져 있어요. 탐스런 구두끈을 당기면 중력이 조금씩 준다던가요. 흘린 땀이 당신을 지우는 일이 없어서, 산다던가요. 그래요, 왜 사지 못하겠어요. 그게 뭐든 동글납작 부푸는 시공을 지나, 한번 만나요. 살 수만 있다면
이 별에도 수십억의 얼굴들이 서로의 표정을 배우며 살아요. 해 아래 새로운 목숨을 빚은 건지 빚진 건지 몰라도, 살아요. 똑같은 얼굴을 서로 돌려 막으며 오늘도 해가 지네요. 당신을 만나기 위해, 경매로 낙찰받은 달에다가 나를 심었어요. 다만 그게 무엇의 얼굴인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해요.
* 오즈마(Ozma):미국 전파 천문학자인 프랭크 드레이크가 외계 생명체 탐사 계획에 붙인 이름.
지구 밖 어느 곳에 지적인 능력이 있고 전파로 통신 가능한 문명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파기기들에서 (TV, 라디오, 휴대전화 등) 발생한 전파의 일부가 넘쳐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심지어 그들은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우주 공간으로 쏘아올렸을 수도 있다.1960년 젊은 전파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고래자리 타우별과 에리다누스 입실론별을 향해서 전파망원경을 돌렸다.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두 별에 딸린 어느 행성에서 오는, 또는 그 행성들 사이에 오가는, 전파신호를 잡아보려는 시도였다. 오즈마 프로젝트. 짧은 모니터링에서 확신할 만한 인공 전파 신호를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이것이 세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거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의 전파망원경의 성능이 여전히 부족했거나, 신호를 분석해서 알아차릴 능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우리 지구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예의 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그들은 봉이 김선달이 되어 이미 지구를 팔아넘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화성과 유로파를 내놓고 흥정 중일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좀 알아들어먹을 쉬운 코드로 당신의 정체를 밝혀주세요. 우리는 여전히 미개하답니다. 감사합니다.
외계에서 지적 생명체를 만났다고 가정하자. 누가 지구를 대표할 것인가? 외계인과 처음으로 교신한 과학자 집단이? 아니면 우주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국가가? 한편으로 자신의 발만을 내려다보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저 바깥과의 조우는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는 이런 상상들이 '우주적'이지 않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의 렌즈는 지구의 공장에서 주물린 것이다. 게다가 드레이크 방정식의 L값에는 시인들의 생계비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지구는 우주를 내장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 하루를 보내는 동안, 당신은 행복했는가? 혹, 지구에 살며 외계인으로 불린 건 아니고?
누가 지구를 대표할 것인가? 생존 방식이 우리를 대표할 것이다.
송기영은… 1972년생. 2008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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