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한 당 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와 선거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과 교육 이념과 정책이 비슷한 후보가 난립하고 그렇지 않은 후보는 한 명"이라며 "이렇게 가다가는 심대한 결과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감이 다루는 교육 이념과 정책은 한나라당과 절대 무관할 수 없고 아주 중요한 우리 당의 의제 중의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은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후보자 6명 중 4명이 보수 성향이라는 데 있다. 반면, 허 최고위원이 "그렇지 않은 후보"라고 지목한 주경복 후보는 이른바 '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꼽힌다. 보수 성향 표는 분산되고, 진보 개혁 성향 표는 주 후보에게 쏠리는 상황을 염려한 것이다. 이런 위기의식은 보수 언론의 주경복 후보 견제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교육정책에 반하는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될 경우 향후 이명박 정부의 교육 개혁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교육감 선거는 중요하다'는 10일자 사설에서 "교육감 선거에 대한 국민 관심과 참여가 지금처럼 낮으면 조직을 동원해 일정 득표수만 올려도 당선될 수가 있어 직선제 취지가 흐려진다. 특히 서울처럼 후보 8명 가운데 반(反)전교조 후보가 7명이나 돼 그들이 표를 갈라 가지면 전교조 지원을 받는 후보가 적은 표로도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사설이 게재될 당시에는 서울시 교육감 임시 후보가 8명이었다. 하지만 보수 성향 임시 후보 2명이 후보 등록을 포기해서, 현재 6명의 후보가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허 최고위원은 이어 "한나라당은 투표참여운동을 공식적으로 전개할 것인지에 대해 당이 검토 의견을 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표참여 운동이 선관위가 허용하는 합법적 테두리 내에 있다는 주장을 덧붙였지만, 정당이 특정후보 배제를 사실상 전제하고 벌이는 투표참여 운동은 순수한 투표 독려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허 최고위원은 또한 교육감 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제6정조위원장도 지난 13일 교육감 정당공천 및 시도지사 단체장 선출시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선거개입 자제 당부 하루 만에…
허 최고위원의 발언은 서울시 선관위가 정당의 교육감 선거개입 자제를 당부하는 '공정선거 협조 공문'을 각 당에 보낸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허 최고위원이 사실상 '낙선 대상'으로 지목한 주경복 후보 측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사를 긴급 방문해 선거개입 중단과 한나라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주 후보 측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가장 먼저 주경복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고 선동하더니 오늘은 한나라당도 나서서 주 후보의 낙선운동에 사실상 돌입한 것"이라며 이 같이 요구했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행법상 정당은 교육감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허 최고위원의 발언 자체로 선거개입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적절하지 않은 발언인 것은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