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이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장 영결식이 열리는 경북궁 식장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를 (정부가) 거부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왜 정부가 전직 대통령의 추도사를 막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형평성의 문제, 전직 대통령의 추도사에 대한 마땅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유족 측이 요청하고 김 전 대통령이 수락한 추도사를 거부해 무산시킨 바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기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프레시안 |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다른 분은 안 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해야 한다"면서 "워낙 고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추도사와 관련한 규정이 없다는 것은 전형적인 관료적인 발상"이라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추도열기에 대해 이 교수는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한 뒤 "소중한 것이 옆에 있을 때보다 잃어버린 뒤에 가치를 깨닫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라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도 우리에게 그런 분이었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실장은 "경복궁에 오니 일전 노 전 대통령의 말씀이 생각난다"며 "노 전 대통령은 '나는 새 시대를 여는 사람이 아니니 구시대를 마감,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며 본인을 태종에 비유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열정적으로 집필활동 계획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마지막 일화도 공개했다. 이 교수는 "지난 1월 노 전 대통령을 봉하마을에서 찾아뵈었을 때 열정적으로 집필활동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게 이 교수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이 교수에 의하면 노 전 대통령은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안 드림>,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 등의 서적을 탐독하며 '국가의 역할', '대한민국의 미래'와 관련한 저작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가제는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특히 제레미 리프킨의 책은 '두세 번 읽으시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셨다"면서 "애초에는 올해 가을 쯤 출간을 목표로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곧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한 검찰의 조사가 본격화되고 노 전 대통령의 고초가 시작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저작은 결국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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