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치러지는 날에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바라보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 외로 이명박 대통령을 먼저 겨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노무현을 떠나보내며'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죽음에서 장례기간 동안 나타난 추모 민심에 이르기까지 지난 일주일 동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과 현상들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풀어야 할 여러 가지 숙제를 안긴다"며 "우선 정부는 노 전 대통령 빈소와 분향소에 길게 늘어선 추모행렬이 말하는 민의(民意)를 헤아리고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삶의 종결에 충격받고 슬퍼하는 것 외에도, 현 정부에 대한 저항과 불만, 비판의 뜻도 담겨 있다"며 "국민이 지금 정부에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포용력"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어 "검찰 수사가 전직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은 아닌지, 이 정부 출범 후 거듭된 특정 지역 편중 인사가 나머지 국민의 등을 돌리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일들이 많다. 대통령과 여권은 국정 운영과 인사(人事)에 대한 일대 쇄신에 나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보수진영에서 금기시했던 '검찰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조선>은 민주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비판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김 전 대통령이 전날 "나라도 그런 결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자신보다 20여년 젊은 다른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두둔하듯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듣기 거북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이 신문은 "민주당은 그간 '노무현 정치'와 선을 긋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나타난 추모 분위기에 편승해 이 문제를 정치 공세의 소재로 삼으려 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정치 도의(道義)에 맞지도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오늘은 국민 모두가 노 전 대통령이 이승을 편안히 떠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라며 "그를 편히 떠나보내고 나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데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앙> "추모 열기 과격 집단행동으로 흘러서는 안돼"
<중앙일보>는 좀더 과격한 표현을 동원해 '화해와 통합'을 주문했다. 이 신문은 "장례가 끝나는 오늘부터 '무질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추모 열기가 이명박 정권과 특정 사회세력을 규탄하는 과격한 집단행동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야권의 주장이 합리적인 차원을 넘어 대대적 정치공세로 확대돼 6월 국회가 또다시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시민사회계에 대해서 이 신문은 "시민세력도 촛불집회 등 대규모 추모 행사들을 계획하면서 벌써부터 시청 앞 광장의 사용을 막고 있는 당국과 충돌을 빚고 있다"며 "지난해 촛불 사태처럼 과격한 시민운동 세력이 가세해 과격한 대중집회로 방향이 바뀌면 우리 사회는 다시 '불안지대'로 진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애도는 애도로 끝나야 한다"며 "갈등 때문에 고통 받은 것으로 치자면 노 전 대통령만 한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 그 자신이 '아무도 원망하지 마라'는 유서를 남겼다. 애도를 정치·사회투쟁으로 변질시키면 유서의 의미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사설을 게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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