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이하 로드맵)을 오는 11월 국회에 일괄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노조 허용 등 34개 항목으로 구성된 '로드맵'은 향후 노·사 관계를 재편할 정도로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동안 노동계의 반발을 사 왔다.
특히 이번 노동부 방침은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 무산에서 보듯이 악화된 노·정 관계 회복을 위한 뚜렷한 계획 없이 나온 것이라 다시 한번 '일방적 노동행정'이라는 비난을 불러올 전망이다.
***노동부, 11월 국회 '로드맵' 제출 예고**
2일 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로드맵'을 검토해 온 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금수)는 논의 만료시한일(3일)이 임박하자 논의결과를 노동부로 이송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노사정위의 논의결과를 검토한 뒤 한국노동연구원에 이달 중으로 의뢰해 전문가가 참석하는 세미나를 6~7차례 연 뒤 법안작업을 마무리해 11월경 34개 전 항목을 국회에 일괄 제출할 계획이다.
'로드맵'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기준법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 ▲노동위원회법등 4개 노동관계법에 반영될 예정이다.
노동부의 이같은 방침은 '연내 로드맵 처리'라는 기존 방침을 한층 구체화 한 것으로 악화된 노·정 관계를 고려해 노동부가 로드맵 중 일부 항목만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계 "노동부가 노동계 대투쟁을 부르나"**
한편 노동부가 '로드맵' 연내 입법화 처리 방침을 구체화하자 벌써부터 노동계는 들썩이고 있다. 2003년 '로드맵'이 최초 공개될 때부터 반발해 온 노동계에는 정부와의 한판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과는 로드맵과 관련해 한번도 대화나 의견 조율이 없는 상황에서 11월 국회에 로드맵을 제출한다는 노동부 방침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화 노력 없이 법안 처리 방침만 밝히는 노동부의 태도에서 다시 한번 '행정 편의주의'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또 "본질적으로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춘 로드맵이 국회에서 입법화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반대 입장을 천명한다"며 "노동부가 강행 처리를 할 경우 다시 한번 노-정 대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실제로 오는 11월 경 전국 규모의 노동자 대회와 총파업을 준비하는 등 하반기에 투쟁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내부방침을 확정한 상태다.
한국노총도 노동부의 '로드맵' 연내 처리 방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상연 한국노총 홍보부장은 "노동부가 일방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 한국노총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한가지뿐"이라며 "노동부 방침은 노동계의 투쟁을 재촉하는 것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로드맵'보다 먼저 할 일이 많지 않나…"**
한편 노동관계 전문가들은 로드맵 처리 시도에 앞서 노-정 관계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노-정 화해 국면에서도 입법화하기 힘든 '로드맵'을 노-정 관계가 최악인 상태에서 11월 국회 제출 방침만 밝힌 노동부에 대한 비판인 것.
또한 올해 내내 극심한 노-정 갈등을 야기했던 '비정규 관련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도 '로드맵' 논의가 이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로드맵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노-정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연내 입법화 계획을 밝힌 것은 매우 우려스런 대목"이라며 "로드맵 입법화가 2년 넘게 지연됐다고 해서 덜컥 연내 입법화를 운운하는 것은 기계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논란이 많은 비정규법안도 여전히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부가 '로드맵' 이야기를 꺼낸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며 "심각한 사회적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법안 만들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방 행보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여 하반기 노-정 대충돌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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