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차 안에서 우연히 들었습니다. 한 라디오프로그램 청취자가 보낸 큰스님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자식을 잃은 어미처럼 크게 상심한 사람이 찾아왔을 때 큰스님들이 보이는 모습에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설프게 '좋은 말씀' 하려 하지 않고 그냥 듣는답니다. 슬며시 빈 찻잔에 차를 따라주거나 밥을 준다고 합니다. 목이 마를까봐, 허기가 질까봐 그렇게 한답니다. 그렇게 해서 맘껏 토해내게 한답니다.
큰스님들을 바라볼 필요까지 없습니다. 일상에서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파하는 친구에게 격려 또는 충고의 한 마디를 던지는 게 부질없다는 걸 일반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냥 들어주는 것,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이 최선의 태도라는 것을 체득하고 있습니다.
큰스님도 알고 일반인도 압니다. 토해내는 이도 알고 듣는 이도 압니다. 가슴에 묻어두면 안 된다고, 토해내게 해야 한다고, 그렇게 해서 가슴에 응어리가 맺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다들 알고 있습니다.
▲ ⓒ프레시안 |
2.
어리석습니다. MB정부는 정말 어리석습니다. 정치가 인생사 이치와 다르지 않다는 걸 깨우치지 못합니다.
틀어막으면 맺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면 추모하는 마음에 미워하는 마음이 포개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 가슴에 묻히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눈 밖에 난다는 사실을 깨우치지 못합니다.
틀어막아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향불이 곧 촛불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촛불은 굵고 짧게 타오르지만 향불은 가늘고 길게 타오른다는 사실을 깨우치지 못합니다.
3.
압니다. 상처 받기 싫어서 그런다는 걸, 촛불에 데일까봐 겁나서 그런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부질없습니다.
이미 데였습니다. 촛불이 아니라 향불에 이미 화상을 입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후임자의 도리, 정부의 도리는 빨간 불꽃에 검게 그을렸습니다.
인정해야 합니다. 데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막을 수 있습니다. 화상의 기운이 살갗을 파고드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부풀어 오른 물집이 안으로 스며들어 고름이 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방법이 따로 없습니다. 국민 가슴에 맺히는 응어리를 풀어주는 겁니다. 보내는 자의 마지막 도리를 다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MB 정부는 추모객을 덕수궁 돌담 밑으로 밀고,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칩니다. 그렇게 한켠으로 내몰면서 사그라지기를 기다립니다.
어리석습니다. MB정부는 정말 어리석습니다. 그렇게 하면 사그라지는 게 아니라 맺힙니다. 국민이 덕수궁 돌담 밑으로 내몰리는 게 아니라 MB정부가 서울광장에 갇힙니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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