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29일 국민장으로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을 유족들이 장지로 정한 경남 봉하마을 선산이 아닌 대전 국립현충원 대통령 묘역에 안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겨레> 권태선 논설위원은 27일 자신의 기명칼럼을 통해 장지를 노 전 대통령을 봉하마을 선산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탈권위적이고 소탈했던 그의 마지막 뜻을 존중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이 결정은 재고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은 "그가 정권의 '몰이 사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희생자라에서 그의 대통령 묘역 안치는 정권이 그에게 덧씌우려던 부패 혐의의 올가미가 무리한 것이었음을 인정하는 기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위원은 이어 "그의 대통령 묘역 안치는 민주정부를 이끈 대통령으로서 그가 이룬 치적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담는다는 의미도 지닌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치적으로 탈권위, 권력기관의 정치적 독립, 남북문제 등을 꼽았다.
권 위원은 마지막으로 "그의 실패가 밉다는 핑계로 이 땅의 주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했던 올바른 판단을 회피해 역사의 퇴행과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란 비극을 낳은 우리의 무책임한 행위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은 기억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 묘역에 안치해야하는 이유를 꼽았다.
현재 윤보선 전 대통령을 제외한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전 대통령의 유해는 국립현충원 대통령 묘역에 안치돼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충남 아산군 음봉면 동천리 선영에 안장돼 있다.
노 전 대통령 유족 중 일부는 현재 장지로 결정된 곳이 대통령 묘역으로는 선영 앞 공간이 너무 좁다는 이유로 국립현충원 안장을 희망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양상훈 "소용돌이 정치 끝내야"
한편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은 이날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정부의 PSI 전면 참여를 사설의 주요 이슈로 다뤘다.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사설은 없었다.
다만 <조선>, <중앙>은 내외부 필진의 칼럼을 통해 화해와 통합의 정치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특히 <조선> 양상훈 워싱턴 지국장은 이날 기명칼럼에서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그의 비극이 대한민국 소용돌이 정치를 끝내는 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양 지국장은 2005년 8월 대연정 제안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 옆자리에 앉게 된 필자는 2시간 반 동안 열변을 토하는 그의 옆 모습에서 오히려 지치고 피곤해하는 기색을 보았다. '위기다' '힘들다'는 말을 거듭했고 '죽겠어, 정말'이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의 피로는 지난 수년간 그 스스로 만들어온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 어쩔 수 없이 누적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용돌이의 정치란 해방 직후 혼란스러운 우리나라 정치를 보고 한 미국 외교관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면서 해방 후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가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민주화는 됐지만 '법치(法治) 없는 민주주의' '내 맘대로 민주주의' '승자독식 민주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지역 간, 정당 간, 계층 간, 세대 간, 이해집단 간 충돌이 만들어 내는 커다란 소용돌이 그 자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북한 핵실험이 동시에 터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될 경우 북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이명박 정부와 검찰의 책임 추궁이 위험하다는 인식이다. 이는 "화합과 위기극복이 고인의 뜻"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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