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주의자'라는 걸 믿는다며 그 예로 PSI 참여 보류 결정을 들었다. 거듭 확인했다. 지난 18일 블로그에 글을 올려 자신의 결정이 정당함을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밝혔다.
"저는 북한의 서바이벌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로켓 발사 이후 급박하게 돌아가는 남북관계의 긴장을 지켜보면서, 만약에 우리 정부가 PSI에 참여하게 된다면 다음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대화의 문은 닫히고 말 것이며 정부에 걸었던 기대를 포기하리라 의사 표시를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대통령이 PSI 참여를 전면 보류했다는 말을 듣고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라시아 순방의 동행을 제안해왔을 때 서슴지 않고 응낙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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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 때문이다. 황석영 씨를 다시 떠올리는 이유가, 황석영 씨의 '중도실용적' 선택이 타당한 것인지를 거듭해서 묻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정부가 오늘 PSI 전면 참여를 선언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무너졌다. 황석영 씨가 부여잡았던 '믿음의 근거'는 채 열흘도 안 돼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현재'를 보고 '미래'를 일구려 했던 황석영 씨에게 왜 코앞을 내다보지 못했느냐고 다그치는 것처럼 비쳐질지 모르겠다. 황석영 씨에게 '점쟁이'의 능력을 요구하면서 결과론을 들이미는 것처럼 비쳐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니다. 비판성 반문은 지극히 정당하다.
이미 예견됐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직후 내외신이 2차 핵실험 가능성을 점쳤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대화에 즉각 나서기 어려운 형편을 들어, 그리고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북한의 의도를 들어 그렇게 내다봤다.
더불어 점쳐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PSI 전면참여 보류 결정은 말 그대로 보류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북한이 2차 핵실험에 나서면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세력의 반발에 밀려 PSI 전면참여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런데도 황석영 씨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을 과소평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에 기댔다. 그러면서 호언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년 초까지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남북관계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면서, 이 기간 동안 가시적 변화를 끌어내겠노라고 했다.
말을 돌리자. 황석영 씨의 '판단 미스'를 물고 늘어지면서 생채기를 낸다고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 건 없다. 그 대신 물어보자. 황석영 씨가 그 과도한 자신감을 앞으로 어떻게 정책에 투영시킬지를 물어보자.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며, 어떻게 이미 결정된 PSI 전면참여를 되돌릴 것이며, 어떻게 대북 강경파를 제압할 것이며, 어떻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것인지 그 묘책을 물어보자.
간절하기에 하는 말이다. 황석영 씨의 말대로라면 이명박 정부의 PSI 전면참여 선언으로 남북관계는 다음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혹한기를 맞게 될 터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면 개성공단이 문 닫고 남북왕래길이 닫힐지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묻고 또 묻는다. 조소가 아니라 열망을 깔고 묻는다. 있는가? 황석영 씨는 힘이 있고 묘책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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