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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우리 세대의 '첫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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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우리 세대의 '첫사랑'이었습니다"

[노무현을 기억하며] 우리는 참 모질었습니다

참 모질었습니다.
욕도 많이 했습니다.
이명박이 보수가 진보에게 준 선물이듯, 이 사람은 진보가 보수에게 준 선물이 아닌가, 하고 그 분에게 무척이나 모욕적이었을 생각을 해 본 적도 많았습니다.

도대체, 이라크 파병은 왜 했고, 대연정은 또 무엇이며, 한미 FTA는 왜 그리 했을까. 결국은 저 치 떨리게 하는 치들에게 다 내주고 지난 피어린 세월과 열광했던 이들을, 오욕케 만드는 그 모든 책임이 그로 인한 것이라고 수이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별다르진 않습니다. 어느 부분은 맞고, 어느 부분은 틀릴 것입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에서 연방 비춰주는 그가 점점이 낙화한 가파른 절벽을 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해 봅니다. 나와 우리는 왜 이리 그에게만 유독 투정을 부렸을까.

첫사랑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숱한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처음의 대중정치인이었습니다. 그가 꾸는 꿈에 공명하며 행복했던 그 날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지난 첫사랑을 대하는 위악적인 '모짐'이었을까요.

나와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명확해진 후에도 그가 보여준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들은 내내 눈에 밟히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길과 달리 멀리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리도 욕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내내 서걱거려, 종내 져버리기 힘든 첫사랑의 편린들.

사랑해 본 이들은 모두 알 것입니다. 그게 얼마나 가슴 아프고, 끈적거리고, 징글맞은 것인지. 그래서였을까요. 고정희 시인의 '진보'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대 이름 목젖에 아프게 걸린 날은
물 한 잔에도 어질머리 실리고
술 한 잔에도 토악질했다
먼 산 향하여, 으악으악
밤 깊도록 토악질했다

생전에도 그리 했듯이, 저 언덕너머로 가버린 지금과 먼 후일까지 당신의 이름은 어떤 식으로든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에게 숱한 질문과 의제들을 던질 것입니다. 내내 가장 치열한 이름일 것입니다.

아직은 젊은 나이에 그것도 저 짐승같은 이들의 발톱에 스스로 뒤안길로 돌아선 당신의 이름이 더 아픈 까닭입니다. 당신의 남은 육신을 운구하는 손목도 시리도록 아픕니다.

아프고 힘들고 등짐 지는 일일랑, 산자들에게 남겨놓고 이제 더러운 세상 따위 다 놓으시고 그 곳에서 자유롭게 쉬십시오. 苦生하셨습니다. 참 고맙고, 미안하고, 섭섭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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