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취재했던 검찰 출입 기자의 반성문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검찰에 출입하는 MBN의 안형영 기자는 지난 24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염치 없는 한 기자가 올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수많은 기자 중의 한 명"이라며 "기자라는 신분을 떠나 한 국민으로서, 노 전 대통령의 지지를 보낸 한 사람으로서 참 비통하고 서글펐다"고 밝혔다.
안 기자는 "그리고 저를 돌아보게 됐다"며 "폭주하는 기관차마냥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누군가를 난도질하면서 불감증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연 내 스스로 노 전 대통령 앞에 떳떳할 수 있는지. 여론의 비난처럼 검찰의 발표를 스피커마냥 확대 재생산하진 않았는지,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채 특종에 눈이 멀어 사실을 과대포장하진 않았는지, 이런 자문에 저는 스스로 떳떳하다고 당당히 말하진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를 진행하는 검사들과 수사관들을 만나면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기자들이 챙기지 못하는 사실, 바로 특종이었다"며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누군가에겐 대못이 될 수 있는 그런 끔찍한 사실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알량한 '팩트', 그 신화에 사로 잡혀 제 스스로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왔던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안 기자의 글은 25일 오후 1시 현재 22만6000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자기 반성의 내용이 담긴 그의 글에 달린 댓글 중에는 따갑고 냉랭한 비판이 찬성보다 많아 언론에 대한 누리꾼의 불신을 보여주고 있다.
한 누리꾼(페티스타)은 "실컷 할퀴고 상처내놓고 이런 글 올려서 면피라도 할 생각이시라면 큰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조용한강물)은 "결국 대못을 박았지만 나는 팩트만 전했으니 그다지 죄가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다음에 또 '팩트'만 적으시려구요?"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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