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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싸웠던' 이정희도 "존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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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싸웠던' 이정희도 "존경했습니다"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하겠습니까' 한 마디에 그가 좋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이라크전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정책을 거세게 비판하며 노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혔던 진보 인사들도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의원은 "오랫동안 그를 좋아했다"며 "안타까움이 많았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그의 명복을 빌었다.

이정희 "안타까움 많았지만 오랫동안 그를 좋아했다"

▲ 이정희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글을 올려 안타까움 심정을 밝혔다.ⓒ프레시안
이정희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글을 올려 안타까움 심정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 글에서 "내 기억 속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모습은 광주학살 청문회에서"라며 "광주학살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들은 재산이라고는 29만 원 밖에 없다면서도 뻔뻔스럽게 골프치고 돌아다니는데, 그들을 질타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먼저 떠나야 하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안타까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라크 파병이며, 한미 FTA며, 국가보안법 폐지에서 물러설 때며,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로 하여금 정을 떼게 하는 그 모습에 속상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그러나 "오랫동안 그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진 뒤, 라디오 아침 방송에서 그는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하겠습니까'라고 했다"며 "출근 길에 들은 그 한 마디에 그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올린 이 글은 24일 오후 2시 현재 7만 명 가까운 조회수와 9000여 명의 추천을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음은 이정희 의원의 추모글 전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제 기억 속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모습은 광주학살 청문회에서입니다.
광주학살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들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재산이라고는 29만원 밖에 없다면서도 뻔뻔스럽게 골프치고 돌아다니는데,
그들을 질타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먼저 떠나야 합니까.

다산 정약용은 길고 긴 유배생활 중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스로를 "폐족"이라고 불렀지요.
그 절망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것이었구나, 싶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 안타까움도 많았습니다.
이라크 파병이며, 한미FTA며, 국가보안법 폐지에서 물러설 때며,
자신을 지지하던 사람들로 하여금 정을 떼게 하는 그 모습에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를 좋아했습니다.
부산시장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진 뒤,
라디오 아침 방송에서 그는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하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출근길에 들은 그 한 마디에 그가 좋아졌습니다.

6월 항쟁의 주역들이 모인 어느 모임에서 제가 본 그의 모습은,
흐르는 역사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늘 숙고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작 한 두 시간 지켜본 그 옆 모습에 그가 미더워졌습니다.

그가 대통령으로 한 시도가 제가 바라는 역사의 흐름과 똑같지 않았더라도,
그가 10.4 선언으로 대통령 임기를 마감했다는 하나만으로도,
그가 구시대의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고 싶어 했다는 것만으로,
그가 임기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야, 기분 좋다"고 외칠 수 있었던 것만으로,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합니다.

가슴 아프게, 떠나보냅니다.
편히 쉬시길 빕니다.

이에 앞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당신은 내가 만나본 정치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다"며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진 교수는 "대통령이 된 후에는 부딪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도 "그가 도덕적으로 흠집을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고, 쿠데타로 헌정을 파괴하고 수천 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인 것 같다"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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