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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前 대통령, 그냥 이렇게 보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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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前 대통령, 그냥 이렇게 보내야 하는 걸까요?

[김종배의 it] 죽음의 항변과 '공소권 없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보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말문이 막힌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뭔가를 말해야 할 것 같으면서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몇시간 동안 멍한 표정으로 끝없이 반복되는 똑같은 뉴스만 쳐다봤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있었습니다. 이승과 저승이 교차했을 찰나에 고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습니다.

잔인하게 호기심을 내보이는 게 아닙니다. 가장 절박하고 가장 솔직하고 가장 암울했을 시점이 바로 그 찰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각이 조금씩 나오더군요. 수행한 경호원에게 "담배 있느냐"고 물은 다음에 산을 오르는 등산객을 바라보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말했다고, 그리곤 곧장 몸을 던졌다고….

……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니, 그냥 흘러가고 있습니다. 맺지 못한 채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김경한 법무장관이 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종료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공소대상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수사 종결은 당연한 것이란 해설도 뒤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사법논리로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사 이치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 대검청사를 떠나던 당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 ⓒ연합뉴스
검찰 수사가 이렇게 흘러가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잠깐 동안의 애도 물결이 걷히고 무감과 무심이 다시 세상을 휘감을 때 '노무현'이란 이름 석 자는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변호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인정했던 100만 달러 수수 사실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서 하는 말도 아닙니다.

'대통령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무심한, 그리고 냉정한 기억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 모릅니다. 100만 달러를 수수한 게 객관적 사실이고, 가족의 이런 행동을 막지 못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은 남게 될 겁니다.

그런데도 다시 묻습니다. 검찰 수사가 이렇게 흘러가버리면 '노무현'이란 이름 석 자는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까요?

살아생전에 고인이 했던 말이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100만 달러 수수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나는 몰랐다고, 이렇게 말하는 게 구차하지만 그래도 진실이니 어쩔 수 없다던 고인의 말이 귓가를 맴돌기 때문입니다. 고인이 유서에 남겼다는 말의 여운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는 말,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는 말에 행간이 깔려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모두 묻혀버립니다. '나는 몰랐다'는 그 짧은 언사에 담겼을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고뇌가 해소되지 않습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자신을 내몰아야 했던 한 인간의 번민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그 고뇌와 번민이 진실이라면 그렇습니다. 나는 몰랐다고 두번 세번, 아니 수십번이라도 항변하고 싶지만 그러면 부인과 자식의 등을 떠미는 것 같아 차마 하지 못한 한 인간의 비애가 묻혀버립니다. 검찰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면 그 고뇌와 번민마저 변명과 합리화로 채색돼 묻혀버립니다.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봐도 그렇습니다. 두 달을 끌어온 사건입니다. 어떤 국민에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했고, 또 어떤 국민에겐 현 정권과 검찰에 대한 정치보복과 표적수사의 혐의를 불러일으킨 사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엇갈리는 시선 한 가운데 있었던 게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지' 여부였습니다. 가를 수가 없습니다. 검찰이 수사를 끝내버리면, 그래서 진실다툼의 여지를 영원히 없애버리면 엇갈리는 시선을 정리할 수가 없습니다.

……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가 없습니다.

딱히 제시할 방법이 없습니다. 사법논리를 뛰어넘는 더 큰 논리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치논리로 풀자고, 검찰이 가리지 못하면 정치권이 청문회를 해서라도 '옥'과 '석'을 가리자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내키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방법이 고인을 더 욕되게 하는 결과를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섭니다.

그냥 이대로 떠나보내야 하는 걸까요? 무력하게, 소극적으로 고인을 애도하는 것으로 끝내야 하는 걸까요? 다시 말문이 막힙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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