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호흡기를 제거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와 '존엄사'가 합법화될 길이 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77·여) 씨 가족이 세브란스병원 운영자인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 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 소송'에서 인공호흡기 제거를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연명 치료 중단은 신중히 판단해야 하나 환자의 상태에 비춰볼 때 짧은 기간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할 때는 사망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어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작년 2월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 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에 따른 뇌 손상으로 뇌사에 가까운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김 씨의 자녀들은 기계장치로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1월 서울서부지법은 김 씨의 청구를 사상 처음 받아들였고, 이어 올해 2월 서울고법도 마찬가지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1·2심 재판부는 "김 씨가 남편의 임종 때 생명을 며칠 연장할 수 있는 수술을 거부했고, 평소 연명 치료를 거부할 뜻을 밝혔기 때문에 현재도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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